사회 사회일반

"세금 안 올리고 복지 확대는 거짓말"

장하준 교수, 與의원 초청 특강서 주장

반(反)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높이 꺼내 든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7일 최근 정치권의 활발한 복지논쟁과 관련, "세금을 안 올리고 복지확대를 하겠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두언ㆍ이혜훈ㆍ정태근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의 초청을 받아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한 뒤 가진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1997년 말) 이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 사회를 관통해온 신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저자로 이날 정부와 한나라당의 철학과 정책에 대해 거의 대부분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백성운ㆍ강명순ㆍ김금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특정 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열기를 내뿜었다. 장 교수는 "스웨덴 등처럼 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국가(주거ㆍ의료ㆍ교육 등)를 만들면 국가의 역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복지국가는 미국처럼 노동자의 파산법이 될 수 있다"고 복지관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계층상승이 안 되면서 경제성장에도 지장을 주는 만큼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는 다 일리가 있어 사안별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장 교수는 성장우선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된다. 얽혀 있다. 분배를 잘 디자인하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며 "복지비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소득 1만달러도 안 되는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꼴찌로 지금 애도 안 낳아 20년 뒤에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당장 눈앞의 성장에만 연연하다가는 미래 성장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0%인데 우리는 20%밖에 안 된다"며 "정밀기계ㆍ게임ㆍ소프트웨어 등 비용과 편익을 따져 기술개발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ㆍ연구개발 확대 등의 연장선에서 장 교수는 감세에 대해 명쾌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 경제성장이 잘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 부자 감세를 적극적으로 한 나라가 미국이었지만 그 결과를 보면 비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세 부분이 투자로 들어갈 정책적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도리어 성장이 안될 수 있다"며 "세율을 갖고 얘기하기보다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쓸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한미,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보다 못하는 나라하고 하면 도움되지만 미국 등 훨씬 앞선 국가하고 하면 손해가 크다"며 "아직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파생상품을 이러이러한 것 말고 다 허락한다 돼 있어 우리가 생각 못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넘긴 것 중 하나가 파생상품(서브프라임모기지 등) 규제가 있어서 덕을 본 것인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같이 협상해서 한 번에 끝내자는 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인데 왜 우리가 이 질서를 앞장서서 깨고 다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했다. 우리는 충분히 개방된 나라이고 FTA를 안 한다고 해서 북한이나 쿠바처럼 안 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장 교수는 세계 경제위기 재연 우려도 일부 표명했다. 그는 "미국이 오는 2012년 상업용부동산의 대출상환이 많이 도래하고 유럽도 유로존이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중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재정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개발로 높은 성장률을 보여 한없이 잘 나갈 것 같지만 보장할 수 없다"며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기가 한꺼번에 터진다면 대책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관련, "개발독재에 대해 비판도 많지만 당시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따라하지 않고 일부 은행들을 국유화해 산업을 지원하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을 키운 것은 잘했다"고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른 3세계 독재자들처럼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서 치부한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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