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관련 강경식 부총리·은행장들 시각

◎강 부총리 “중지모으는 시점에…” 곤혹/은행장들 “즉각 법정관리→3자인수 추진해야”/“기아자는 어떻게든 살리는게 중요” 한목소리기아사태의 원만한 해결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지난 23일 하오 홍콩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외환은행 주최 리셉션에는 한국 금융계를 좌우하는 금융기관장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물론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 한국은행총재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강부총리는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시중은행장들도 그리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전날 홍콩에 도착한 후에야 기아그룹의 화의신청 사실을 전해들은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19일 기아그룹 기조실장이 은행장들을 일일이 방문, 『부도나 법정관리만 면할 수 있도록 해달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는 말을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화의신청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소식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조흥, 한일, 서울, 신한 등 주요 은행장들은 「기아그룹이 화의제도를 통해 과연 회생할 수 있느냐」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의기간 중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오는 29일 이후 부도로 당좌거래가 정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아자동차가 기존 채무의 상환유예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은행장들은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어떻게든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기아자동차를 살리는 방법으로 화의제도가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은행장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3자인수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상당수 은행장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강부총리는 24일 아침 기자간담회에서 기아그룹의 화의신청에 대해 불쾌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강부총리는 『기아측이 화의를 통해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니까 신청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강부총리는 법정관리를 할 경우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지만 화의 때는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아가 추가 자금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가 강했다. 강부총리는 특히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도중에 (화의신청이 이뤄진) 이 과정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기아의 전격적인 화의신청을 비난했다. 이같은 강부총리와 은행장들의 반응으로 미뤄 기아가 화의개시에 불가결한 채권단의 동의를 쉽사리 얻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기아에 대해 일단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후 화의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특히 전격적인 화의신청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그동안 터부시되어왔던 「3자인수」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은 3자인수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를 노골적으로 거론치 못했다. 한편 강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아그룹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아 협력업체 연쇄부도 및 국민경제에의 파장이라는 「볼모」 때문에 정부가 무작정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강부총리가 기아사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홍콩=이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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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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