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판교 狂風 유감

박현욱기자 <부동산부>

판교 신도시가 부동산시장의 최대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올라오는 관련기사는 웬만하면 조회 건수 1,000~2,000건을 넘나들고 있다. 올 하반기에나 첫 아파트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은 온통 판교 신도시에 쏠려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과열을 예상해 지난해 연말 공공택지의 아파트 청약자격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하위법령안을 마련했다. 수도권 공공택지가 적용 대상이지만 사실상 청약 광풍(狂風)의 조짐이 보이는 판교 신도시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예비 청약자들의 반응은 정부의 입안 의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들은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 우선’이라는 강화된 요건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판교 신도시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적어진 당첨 확률에도 불구하고 판교 신도시 ‘올인’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커지기만 하고 있는 것. 40세 이상 가입자 가운데 청약에 별 관심이 없었던 청약통장 가입자까지도 ‘우선분양 혜택’에 기대를 걸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판교 신도시는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손해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다시 말해 판교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청약에 따른 자산가치 보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 청약요건을 강화한 것은 마치 하나 남은 꽃밭으로 모여드는 벌떼를 맨손으로 막겠다는 것과 같다”며 “과열을 진정시키려면 판교 신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 청약해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신뢰를 줄 만한 주택시장 회복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값 하락이 지속되고 거래 역시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통장 블랙홀’에 비유되는 판교 신도시 후 폭풍은 앞으로 1~2년 더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도권 일대의 신규 아파트 미달 사태나 서울 12차 동시분양 청약 경쟁률이 지난 2000년 이후 사실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판교 신도시와 무관하지 않다. 판교발 광풍이 주택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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