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월 15일] <1595> 건설용 핵 폭발


핵폭탄을 터뜨려 저수지와 항만을 조성하는 게 가당할까. 원전수출로 들뜬 분위기를 감안해도 이 질문의 답은 아직까지 '아니다'라는 게 대세다.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65년 1월15일 새벽5시59분, 소련 카자흐스탄 세미팔라딘스크 핵실험장 카잔 지역에서 지하 핵실험이 실시됐다. 목적은 저수지 건설. 강물을 담아두는 웅덩이(Crater)을 만들어 생활ㆍ농업ㆍ공업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실험 자체는 성공을 거뒀다. 히로시마 원폭보다 10배 강력한 핵폭탄은 지름 408m, 깊이 100m짜리 웅덩이를 남겼다. 폭발 직후 중장비가 강과 웅덩이 사이를 연결했다. 소련은 '건설적인 핵 사용'으로 의기양양했지만 세계 각국의 비난이 쏟아졌다. '평화적 핵 이용'에도 동의할 수 없거니와 환경오염과 방사능 낙진 피해 가능성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비등하는 여론에도 미국은 예외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비슷한 실험을 강행한 전력이 있었던 탓이다. 1961년 7월 네바다주 사막의 실험장에서 실시한 지하 핵실험으로 생성된 세단 크레이터(Sedan Crater)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가장 큰 웅덩이라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1958년에는 북극에 인접한 알래스카에 항구를 건설한다며 히로시마 원폭의 100배 위력을 지닌 수소폭탄을 폭발시키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미국과 소련의 '핵폭탄을 이용한 건설계획'은 1970년 말 소련의 실험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방사능이 생각보다 널리 퍼지고 오래 남는다는 가설이 인근 주민의 피해와 기형 동식물 탄생 등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건설용 핵 폭발'은 냉전시대의 우화에 그치지 않는다. 토론도, 비판도 없이 원자력 발전을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여기는 시대다.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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