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궁금한 것들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부장관은 해마다 12월31일이면 그날 오후에 배달되는 모든 신문의 신년호를 싸들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 파묻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년호 특집을 하나하나 유심히 읽어가는데, 특히 신춘문예 당선소설들에 주목한다. 당선소설들을 읽고 난 전체적인 느낌을 통해서 그해에 전개되는 세태(世態) 분위기를 예감하게 된다. 그것은 거의 예외없이 적중해 왔다.』고 말했다. 신문마다 각각 다른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을 뽑는데도, 이상하게 일관된 어떤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작가를 지망하는 싱싱한 젊은이들이 저마다 야심작을 내놓으려는 과정에서 자기들도 모르게 상통하는 어떤 흐름이 분출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남궁장관의 말을 듣고 금년초 모든 신문의 당선소설들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당선작들은 약속이나 한듯 우울한, 어두운 색채 일색이었다. 「소실(小室)자식들을 키우며 한많은 인생을 살아온 90세 노파가 집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든가,「지진아인 오빠와 파산끝에 칩거하는 아버지를 부양하는 여성의 희망 없는 삶」,「남편이 죽은 뒤 풀길없는 분노로 탐식증(貪食症)에 걸린 중년여성과 거식증(拒食症)에 걸린 딸을 대비해 가는 기괴함」들이다. IMF시대가 그렇게 소설들을 쓰게 한 것이라고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이 논평했다. 그러나 당선자들은 앞으로 행복한 소설, 격이 낮지 않으면서 재미 있는 소설, 핑핑 돌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의 마음을 다스려 주고 격정을 가라앉히는 편안한 작품을 쓰겠다는 포부를 각각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우울한 속에서나마 그동안 우리들을 구속해온 삶의 멍에, 질곡, 잘못된 관습같은 것들을 훌훌 털어 버리고 자유로운 천지를 향해 새로 시작하려 뛰쳐나가는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 1월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한국경제 설명회에서 대우그룹의 이경훈 사장은『빅딜과 구조조정노력으로 한국의 사전에서 재벌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앞으로 재벌이라는 단어를 더이상 사용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치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이「한국경제를 좌우하는 재벌들이 오늘의 모든 문제를 만든 장본인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외국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는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이름도 듣지 못했던 외국신용 평가기관들이 IMF사태이후 갑자기 튀어나와 한국을 올렸다 내렸다 할때마다 희비(喜悲)하는 우리들의 반응을 본다. 근래 그들이 한국에 대한 평가등급을 조금 상향조정해 주었다고 좋아들 하는 신문기사를 읽는다. 암울했던 IMF시련을 딛고 일어서서 그동안의 잘못된 멍에·질곡·관행등을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새천지로 뛰쳐나가게 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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