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오일쇼크 닥치는데도 낙관론만 펼 건가

세계 경제에 다시 고유가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중동 지역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76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국내 도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마침내 7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급등은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져 미국ㆍ유럽ㆍ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우리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고유가의 충격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유가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는 수출채산성과 기업실적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고유가는 실속 없는 성장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교역조건이 악화돼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국민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체감경기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판에 유가가 계속 오르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고유가 행진이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스라엘 공습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란 핵문제, 자원민족주의 대두, 중국의 고성장 지속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좀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상황이 이렇게 불안정하니 투기자금이 기승을 부리고 이로 인해 시장불안이 심화돼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는 고유가뿐이 아니다. 일본의 금리인상도 국내유입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이탈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이어 악재의 연속인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당정은 경기상황 및 대응방향을 놓고 옥신각신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급락은 없으며 환율과 유가가 안정되면 5% 성장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고유가에다 환율불안까지 온갖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에 근거한 낙관론만 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근거가 희박한 장밋빛 전망보다는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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