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버랜드 수사팀 '삼성 믿는 구석'에 주춤

이건희 부자 등 핵심 4인 소환 조사 차질 조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이건희 회장 부자를 비롯한 삼성측 핵심 피고발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지난 9개월간 피고발인 등 30여명을 조사한 데 이어 이건희ㆍ이재용 부자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 중요 수사대상 4인에 대한 소환 시기를 조율해왔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사안이 복잡한 만큼 수뇌부라고 해서 서면조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철저한 수사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던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주변 환경이 검찰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마냥 늦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들 중 첫 소환 대상이었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검찰과 사전 조율됐던 시점으로 알려진 이달 27일 돌연 소환에 불응했다. CB 발행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할 당시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받아서라도 조사하겠다"며 삼성측을 압박해 온 검찰이 `역공'을 당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남은 피고발인들이 `부르면 오는 사람들'이었으면 진작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홍 전 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은 자주 있던 일이 아니다"며 당혹스런 심경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에버랜드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1심 판결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 게 수사 대상자들에게 모종의 자신감을 준 게 아니겠느냐"며 홍 전 회장의 불출석 배경을 해석했다. 삼성측이 갑자기 `두둑한 배짱'을 갖게 된 데는 법원이 최근 재판에서 에버랜드수사의 미비점을 지적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이달 20일 허태학ㆍ박노빈 전 사장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결심이 이뤄질 것을 기대했던 검찰측에 "배임 혐의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사실관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CB 제3자 배정이 `주주 우선 배정'을 가장한 것이라고 본 1심 판결에는 논리적 비약도 보인다"며 원심 판결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이후 삼성측은 검찰 수사에서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허ㆍ박 전 사장의 대리인들이 빨리 판결 선고가 내려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점도 최근 삼성측의 내부 기류를 엿보게 해준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에 보다 명백한 혐의 입증을 요구했다고 점만으로 "법원이 무죄 판단을 내릴 것이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삼성측이 검찰 수사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재벌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사법부의 최근 판결 및 결정 추세가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삿돈 797억원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됐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보석허가 결정이나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한 두산그룹 총수 형제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등이 재벌에 대한 법원의 `관대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주는 사례로 꼽힌다. 검찰과 법원 출신 엘리트 변호인들을 무더기로 영입한 삼성을 상대로 악전고투해온 검찰이 더욱 외로운 싸움을 해야할 처지에 몰린 형국이다. 따라서 검찰이 홍 전 회장 등 `핵심 4인'을 조만간 순차적으로 불러 늦어도 다음달 중순 이전까지 모든 소환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나 주변 여건을 보면 이러한 희망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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