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한 6일간 `프랑스의 자존심` 에펠탑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등으로 밝게 빛났다. 프랑스에게 중국이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대목이었다. 중국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곳이 프랑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는 최신호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돈독해지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관계를 `러브 어페어(Love Affair)`로 묘사했다.
유럽에게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독재를 견제할 외교 파트너로서, 침체돼 있는 경제를 활성화 시켜줄 떠오르는 시장으로서 매력적인 존재다. 지난해 EU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470억 달러에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확대될 중국 중산층이 EU의 커다란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유럽은 단기적인 손실에 구애 받지 않고 중국에 러브 콜을 보내는 것이다.
이미 유럽은 중국 경제의 핵심 분야에 진출해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수 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는 중국 석유산업의 3대축은 독일 바스프, 영국의 BP와 로열더치쉘 등 유럽 3사가 점령하고 있다. 중국 성장에 발맞춰 커 나가고 있는 기반시설 개발과 도시화 사업은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베올리아, 영국의 템즈워터 등의 업체들에게 중국 행(行)을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하도록 했다. 나날이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독일 폴크스바겐이 생산량을 전년 대비 80% 이상 늘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중국 역시 끊임없이 견제의 눈길을 보내오는 미국에 대항할 파트너로 유럽이 끌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에 눈뜨게 됐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분산투자의 원칙을 적용할 때 유럽 만큼 좋은 대안은 없는 셈이다.
또 안보를 강화하면서 인적교류까지 어려워진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유럽을 찾는 중국 기업인, 중국 유학생, 관광객들에게 문호를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EU 대사관들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3일 이내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조만간 중국 관광객들의 유럽 방문을 더욱 자유롭게 할 협약도 조만간 체결될 예정이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에 따르면 조만간 EU가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장 교류가 활발한 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