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 외국 유명선수 캐디 잇단 해고 수난

연초 어니 엘스가 US오픈 우승의 기쁨을 두번이나 나누었던 로버트를 해고했고 타이거 우즈, 마크 오메라, 장 방 드 벨드도 캐디를 바꿨다. 최근에는 21세기 스타를 예약한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또 캐디를 해고했다.가르시아에게 퇴짜를 받은 캐디 제리 히긴보담은 지난 4월까지 미국의 마크 오메라의 캐디로 일했다. 라이더컵 직후 미국 골프팬들에게 「미국인이 왜 유럽골퍼를 위해 일하느냐」며 흠씬 두들겨 맞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히긴보담은 미국과 유럽의 톱 프로와 호흡을 맞췄으나 불과 7개월만에 두 선수에게 모두 퇴짜를 맞은 것이다. 가르시아는 지난 14일 일본에서 끝난 다이헤이요 마스터스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대회 직후 히긴보담을 해고했으며 새 캐디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히긴보담이 이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롭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2벌타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가르시아의 히긴보담에 대한 불만은 사실 올시즌 미국 PGA 정규투어 마지막대회인 아멕스 선수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파 3의 6번홀에서 가르시아가 8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는데 히긴보담이 잠시 멈칫하는듯 하더니 『그래, 네 선택이 맞아!』하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볼은 그린에 15야드나 짧았고 가르시아는 『내가 짧을 줄 알았어. 잘못된 클럽선택을 말리지도 않다니…』하며 불평했다. 결국 가르시아는 지난 5월 중순 바이런 넬슨클래식 때부터 같이 다녔던 히긴보담이 마음에 들지 않자 시험을 해 본 셈이다. 해고사실이 알려지자 히긴보담은 『나는 어차피 해고당하거나 맞아 죽을 운명이었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19세 철부지의 변덕에 따라 일자리를 잃거나, 미국 골프팬들의 미움을 받아 길거리에서 몰매를 맞게 될 것」이라는 푸념이다. 이처럼 캐디들이 잇따라 밥줄이 끊기자 골프계에서는 캐디의 지위를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전문캐디들이 프로골퍼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회때마다 고용계약을 하는 계약직이라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위치다. 이처럼 골프선수가 캐디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지만 캐디가 선수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한때 「스윙머신」이라고 불렸던 닉 팔도와 10년간 호흡을 맞췄던 여성캐디 패키 수너슨은 지난 21일 『팔도와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됐고 팔도도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며 결별을 공식발표했다. 「팔도는 전망이 없으니 조금 더 유망한 골퍼를 찾아 나는 간다」고 선언한 것. 수너슨은 지난 10년간 팔도가 오랜 친구이자 코치였던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결별하고 결혼생활에서도 두 차례 실패하는 동안 묵묵히 팔도 옆을 지켰고 4차례의 메이저 우승도 함께했다. 수너슨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로골퍼들이 우승할 때 맨 먼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캐디(CADDIE). 그만큼 캐디의 공로는 크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주인」과 결별하는 캐디들이 많았다. ◇캐디, 그것이 알고 싶다. ▣캐디는 어떻게 되고, 역할은 뭔가 프로선수의 전속캐디는 시합이 있으면 미리 코스를 답사해 모든 정보를 선수에게 제공한다. 따라서 캐디는 각 홀에 관한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바람의 방향과 벙커, 워터해저드 등의 위치, 그리고 핀의 포지션이 앞과 뒤, 좌우의 몇야드 지점에 꽂혀 있는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수가 캐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81년 US오픈때 데이비드 그레햄은 최종일 자신의 캐디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우승을 한 바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투어캐디가 되는 특정 교육기관이나 과정은 없다. 또 자격기준도 없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지, 동료 등이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시니어투어에서는 자녀들을 데리고 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가 없는 경우엔 전속캐디를 고용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대회장 코스를 잘 알고 있는 그 주변 현지인을 일일 캐디(경험이 많은)로 사 쓴다. 이렇게 한두번 캐디로 일하다 「그 친구 괜찮더라」라는 프로들간에 입소문이 나 직업으로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처럼 하우스 캐디가 있는 골프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캐디를 구한다. 국내에서는 전문 캐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엔 정규투어를 꿈꾸던 골프지망생이 아예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전문 캐디로 나서거나 학교 친구로 아르바이트생, 또는 예선에서 탈락한 동료가 백을 메는 경우가 많다. ▣보수는 얼마나 받을까 평균 주급(週給)으로 500달러에 상금액의 5%를 받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선수에 따라 주급이나 상금에 대한 분배율이 다르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 마크 코완은 주급으로 1,000달러를 받고, 10위 밑의 성적을 거둘 경우 상금액의 8%, 10위안에 들면 9%, 우승하면 10%를 별도로 받는다. 98년 코완은 정규투어에서만 16만5,000달러를 받았다. 톰 레먼의 캐디 앤드류 마르티네즈는 주급이 500달러로 작지만 레먼의 상금이 10만달러 단위로 넘어갈 때마다 100달러씩을 더 받는다. 상금이 100만달러를 넘으면 주급은 1,500달러가 되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골프장 하우스캐디를 쓸 경우 통상 캐디피(5만원)에 1만~2만원을 더 얹어주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올시즌 매경오픈 우승자인 킹스턴은 30만원을, 바이코리아오픈 2위를 기록한 정일미는 100만원 이상을 줬다. ▣캐디의 여행경비는 누가 낼까 선수가 초청된 경우 대회 주최측이 캐디 경비까지 부담하는 일이 있긴 하나 각종 경비는 캐디가 부담하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통상 1주일에 1,000~1,200달러의 비용이 든다. 물론 자동차로 다니고 모텔에서 자면서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하위권에만 머무는 선수의 백을 멜 경우 비용대기가 빡빡한 경우가 많다. 실력을 쌓아 유명프로의 캐디가 되는 것이 가난탈출 방법일 뿐이다. ▣캐디들의 고민은 뭘까 「NO」라고 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클럽을 잘못 선택하거나 스윙이 잘못되면 선수가 짜증을 내더라도 조언을 해야 한다. 선수들과 함께 전세계를 돌며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누리기 힘들고 체력을 계속 길러야 한다. 4라운드 경기라면 나흘간 총 40~45㎞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약해지고 발바닥에 물집 등이 생기기도 한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최창호기자CH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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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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