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강칼럼] 분화와 통합의 문제

김이영(삼성서울병원 정신과교수)갑상선치료는 A병원, 고혈압은 B병원, 위장병은 C병원에서 받고 있는데 정신과 치료는 D병원에서 받겠다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의학의 발전은 극도의 분업화를 요구한다. 의학은 세분화 되어 있다. 앞의 환자의 경우는 보통이고 질병과 인체의 연구가 얼마나 전문화, 세분화 되었는지 같은 전문과의 의사들 사이에서 조차 의사소통이 안될 때가 가끔 있다. 이런 세분화, 전문화는 과학의 깊이가 깊어질 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런 현상은 인간의 건강을 좀먹는 질병의 본질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한 의학자가 단 한개의 질병,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현상만을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쳐도 모자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은 하나이다. 한 인간의 뇌와, 심장과 생식기는 따로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나빠 흥분하면 뇌조직에서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가고, 그러면 당연히 성욕은 떨어진다. 인간은 통합적인 존재이지 장기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의학의 화두가 생물-정신-사회적 진료모델이다. 건강추구는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세기말의 의학발전은 인간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면서 발전해 왔다. 이런 방법으로 수천년동안 해결되지 않은 많은 질병들의 본태가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쪼개는 식의 연구태도가 진료라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면 극단적으로 「병은 치료되었으나 환자의 고통은 계속된다」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당연히 의료비의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따른다. 한편, 같은 기간동안 의료제도란 측면에서는 이미 분업화, 세분화의 많은 폐단이 지적되면서 건강추구 행동의 통합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각종 전문의의 수를 줄이고 통합진료 위주로 일하는 가정의를 늘리는 정책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DRG나 MASAGED CARE의 경우 일차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이긴 하지만 부수적으로 한 인간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세기말 현상중의 하나로 기존의 관념, 질서, 가치관 따위의 해체를 들 수 있다. 아마도 다음 세기초에는 새로은 질서로 통합될 것이다. 인문학적으로는 해체와 통합은 교대성은 있지만 동시성은 거의 없다. 같은 분야에서라면 해체와 통합은 대립적이다. 의료와 의학에서는 이 전문화(해체)와 통합이 대립적이기 보다는 동시적,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분화와 통합, 이것이 다음 세기의 의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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