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경품천국

요즘 백화점은 경품천국이다. 한 달이면 몇 번씩 경품잔치가 열린다. 마치 낚시꾼이 붕어를 낚아 채려고 미끼를 던지고 여유롭게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처럼 보인다.경품이 소비자의 공짜심리를 이용하여 손님을 객장으로 유도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지만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이제 경품으로 자동차10~20대, TV·대형 냉장고 등을 내거는 것은 성에 차지도 않는다. 한 백화점의 경우엔 10만원 이상 구매고객 1만명에 대해 48평형과 32평형 아파트를 비롯, 그랜저 XG 2대, 지펠 냉장고 등을 경매상품으로 내건 「초특급 경매대전」까지 등장했다. IMF환란 이후 그동안 쓰지 못했던 것을 한번 써 보겠다는 소비심리에 연말연시와 밀레니엄이라는 호재까지 겹쳐 백화점들은 『이 때다』고 사운을 걸고 나선 것 같다. 백화점들끼리 모여 자제결의를 한다고 해도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서슬퍼런(?) 공정위까지 나서서 한 번 손을 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공짜로 주는 경품을 내걸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은품 또는 경품행사 기간의 백화점 하루 매출은 행사가 열리지 않을 때 보다 2~3배나 늘어난다. 특히 행사가 계속 될수록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막판에 급격히 늘어난다는 게 백화점 사람들의 귀띔이다. 경품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차피 소비자들에게 할당된 몫인만큼 매출이 3배 늘었다면 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다. 사업중의 가장 많이 남는 사업이 「복권」이라고 하지만, 경품을 내걸고 하는 장사도 이에 못지 않다. 경품의 폐해는 여러가지다. 우선 과소비를 조장하는 주범중의 하나다. 소비자들은 경품행사가 열리면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심정으로 우루루 몰려 백화점으로 향한다. 올 가을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비가 이를 입증한다. 특히 사치성 제품들의 소비가 급증했다. 모피·와인 등의 매출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충동구매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골프용품·화장품·숙녀의류 등도 작년보다 40~50%이상 팔렸다. 3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동향을 살펴봐도 소득에 비해 소비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 늘었는데 소비는 무려 17%가 증가했다. 그동안 소비가 위축돼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점점 과소비의 조짐은 보인다. 또 경품에 대한 기대는 공짜심리의 발로다. 사회에 만연해있는「한탕주의」 와도 맥을 같이한다. 우리사회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공짜는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양잿물도 공짜면 한번 먹어본다고 하지 않는가. 과소비로 인한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제 건전한 소비행태의 정착이 시급하다. 1층에 화장실이 없고, 벽시계도 없고, 창문도 없는 백화점. 상술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백화점의 미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경품에 눈이 홀려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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