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카트리나와 부조리 행정

미육군공병대(COE)가 우리나라 건설기술 향상 및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말할 수 없이 크다. COE는 해방 후 건설의 황무지였던 한국에 미국식 설계도와 시방서를 전파했는데 한국은 그 기술과 지식을 근거로 월남전 건설사업에 참여해 경제부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 후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중동국가의 건설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지난 70년대 중동 건설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근로자ㆍ기술자 할 것 없이 COE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70년대 당시 COE가 설계는 물론 감독ㆍ감리업무까지 담당해 사우디왕국의 모든 인프라 및 군사시설을 완공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을 위시한 오늘의 세계적인 한국 건설사들이 그때 새롭게 탄생해 중동 건설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이것은 보릿고개에 시달리던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을 넘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 COE가 지금 미국 안팎에서 밀려오는 압력으로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례로 COE가 한국에 세운 인천의 맥아더 동상이 철거위협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전 당시 김일성을 앞세운 옛 소련 세력이 부산과 대구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체를 점령했을 때 맥아더 장군은 과감한 인천 상륙작전을 수행해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았음은 물론이고 세계전사에 남는 탁월한 군사적 위업을 이룩했다. 맥아더 장군의 업적과 어록은 오랫동안 미국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고 미국인의 자존심이 돼왔다. 최근 미연방 하원은 맥아더 동상이 철거되는 데 대해 공식적으로 한국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해왔는데 철거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국으로 동상을 가져가겠다는 서한까지 보낸 것은 미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역대 미 정권은 예산 삭감으로 필요한 프로젝트 수행을 포기해야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데 여기서 주 타깃은 COE였다. 미국의 국내외 치수(治水)사업은 COE의 영역인데 그로 인해 COE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복구사업은 물론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사태에 대한 책임추궁을 계속 받고 있다. 하지만 COE가 책임질 수 없는 여건들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사태에 대해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은 COE라기보다는 차라리 미국연방구급관리청(FEMA)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FEMA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체제다. 그 위원들의 자원봉사로 상당히 많은 양의 설계지침서와 세부설계 공식까지 만들어졌는데 미국정부는 그것들을 미국 전역의 토목ㆍ건축설계에 반영하도록 장려해왔다. FEMA 위원들이 창안한 자료들의 구체적 예로 지진에 대비한 설계지침서인 FEMA350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토목ㆍ건축 구조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전개돼왔다. 그러나 이 FEMA가 이번 카트리나 태풍 피해의 책임 추궁을 받게 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매우 민첩하고 유능한 위기관리자라고 칭찬했던 마이클 브라운 청장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임으로 타드 알렌 제독을 임명했으나 FEMA는 곤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따져보면 FEMA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폭발사건처럼 대통령의 예산삭감과 부적격 인사조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이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으려면 대기권의 마찰로 인한 열전달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학교증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NASA의 예산은 줄이고 학교 및 공공시설 건설예산을 늘리는 것이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도 모를 지진이나 홍수를 대비해 자기의 정치적 목숨이 걸려 있는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뉴올리언스의 댐을 증축한다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당선을 위해 노력해준 수많은 공로자들에게 나눠주는 소위 ‘코드’ 인사는 비전문가 기용을 가져왔고 그들은 상부의 지시라면 무모한 예산삭감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밀려났고 결국에는 기령이 12년이 되도록 우주왕복선을 교체하지 않는데다 절연판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외계에 보냈다가 세기적인 재난도 경험했다. COE가 수년 전부터 위험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해온 뉴올리언스 댐 역시 같은 사건이었다. 이것이 남의 이야기인지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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