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배후 드러나는 '도청'…수사 급물살

증거 보강시 핵심인물 사법처리 속전속결

김대중 정부 중반기 국정원의 국내 담당 차장을지낸 김은성씨가 6일 전격 체포됨에 따라 검찰의 도청 수사는 전직 국정원 수뇌부를겨냥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씨가 감청 장비인 R-2와 카스(CAS)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을 상대로 불법 감청을 지시하고 도청 내용을 보고 받았다는 정황을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도청 실태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이종찬씨를 비롯해 천용택, 임동원, 신건씨 등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감청 지시, 은폐 의혹 베일 벗나 = 김은성씨를 전격 체포한 것은 불법감청의 배후에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물증을 검찰이 어느 정도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씨는 국내 담당 차장을 맡기 전에는 국정원 핵심 라인인 대공정책실장을 지냈기 때문에 김씨가 불법 감청에 깊숙이 개입했다면 실제 불법 감청은 김씨가 차장을맡기 전부터 계속됐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 이전에는 신건(1998.3~1999.6), 엄익준(사망ㆍ1996.6~)씨가 국내 담당 차장이었고, 김씨 후임은 이틀 전 검찰 조사를 받은 이수일(2001.11~2003.4)씨였다. 검찰은 김씨 재임 기간에 불법 감청이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도청 실태와 함께 유출 가능성 및 도청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가 도청 내용을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을 비롯해 정치권 실세에게도보고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조사 결과 국정원장들 외에 정치인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막바지 수사, 사법처리 급물살 = 막바지에 이른 도청 수사는 김은성씨 체포를고비로 사법 처리 수순에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씨가 상당 기간 도청에 관여하며 도청 관련 실무자들을 독려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져, 보고 라인에 대한 추가 수사와 나머지 국정원 차장, 원장들에 대한 조사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재직 중 `국정원 2인자'로 통하며 폭넓게 인맥을 관리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 김씨가 도청 내용을 관리하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수시로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신건 전 원장이 취임 뒤 도청 중단을 지시했던 정황을 감안하면 당시 국정원 내에서 도청이 만연했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 도청물은 정권 실세들에게 넘겨졌을 수있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얻어진 감청 결과를 업무상 필요에 따라 확보한 게 아니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고, 공소시효(개정전 법률 기준 5년)도 남아있다. 신건 전 원장은 취임 뒤 국정원을 장악하고 있던 김은성씨 등 호남 인맥을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김씨가 도청물을 보험용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검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최근 수사망이 좁혀들어오자 증거물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을포착하고 서둘러 신병을 확보한 뒤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새로운 관련 증거나 도청물이 확보되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도청수사는 엄청난 추진력을 얻게 되는 만큼 국정원 핵심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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