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평한 분배윤리 재정립 촉구

■21세기의 파이 레스터 브라운외 지음/ 따님 펴냄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인명과 건물은 물론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을 여지없이 파괴하고, 지구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재앙을 불러 올 환경오염을 가속화한다. 나아가 사람들의 꿈과 삶의 의미, 종교적 신념까지도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이라크 전쟁이 정점에 달한 요즘 전투 현장을 옮기는 뉴스는 많지만 전쟁이 가져올 인류의 참담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전하는 소식은 많지 않다. 수 많은 인생의 설교자들이나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최근에는 오히려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경제학자들은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세계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파괴에 따른 재건 수요`를 기대하기까지 한다. 이 같은 사람들의 믿음 속에는 세계 경제가 지난 수십년동안 이뤄왔던 급속한 경제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래전부터 지구의 환경ㆍ에너지ㆍ인구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의 민간연구소 월드워치의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반기를 든다. 이들은 `21세기의 파이`라는 책을 통해 현재와 같은 고도의 경제성장이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를 지탱하는 자연생태계의 폭과 질이 지금처럼 무분별한 개발과 전쟁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연구소를 만들고 이끌어 온 레스터 브라운과 산드라 포스텔 등 20여명의 그 동료들은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있다 하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경제구조로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라나는 암이 숙주를 파괴하여 결국엔 자신의 생명유지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이 현재의 경제구조도 인류의 숙주인 지구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장을 위한 성장 논리는 암세포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며 “끊임없이 팽창하는 세계 경제는 결국 인류의 생활조건을 재생불가능할 정도로 악화시키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전혀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드워치 연구원들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새로운 경제체제로 `성장이 아닌 공평`의 분배 윤리의 정립과 기술발전을 지구 환경을 보장하고 되살리는 방향으로 일대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불공평한 분배가 인류에 미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멕시코 남단 치아파스 주민들을 통해 찾는다. 치아파스 주민들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일명 사파티스타 농민군을 조직하여 토지소유의 공평한 분배와 사회체제의 개혁을 요구하며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94년 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날에는 치아파스주 여러 도시를 점령하면서 그 존재를 세계에 알림은 물론 지금의 경제체제에 근본적인 변혁이 수반되지 않는 한 국지적인 분쟁과 갈등으로 결국 인류는 패망의 길을 가고 말 것이란 교훈을 던지고 있다. 지구환경의 악화도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지구 최대의 강으로 알려진 나일강과 갠지즈강, 콜로라도강, 아루다리야강, 황하 등은 1년중 상당기간을 바다에 닿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가까스로 바다에 닿는 강들도 갖가지 오염물질을 바다에 토해 놓으면서 연근해를 죽음의 땅으로 바꿔놓고 있다. 흑해는 이미 숨을 거뒀고 우리나라의 황해까지도 중금속에 중독되고 수자원이 고갈되면서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는 지금 정치지도자들이 파이가 끊임없이 커질 것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인내를 강조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며 “기술개발의 한계나 정책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비가 마침내 지구의 생산능력을 압도해 버려 더 이상 파이가 커지지 않게 된 상황에서는 `제한된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하는 문제가 우선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강과 바다의 블루스`에서는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해야 할 강과 바다가 죽어가면서 우리의 삶의 조건들 역시 크게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2부 `흔들리는 생물세계`에서는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체를 희생시키면서 자연세계를통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을 죽이는 자멸행위임을 보여준다. 3부 `절박한 위협과 희망의 씨앗`에서는 산업혁명의 시작 이래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인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부드러운 에너지`의 길을 제시한다. 4부 `세기의 전환점에 선 인류사회`는 어획량의 한계, 곡물생산의 부진, 미생물의 창궐 등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된 어려움들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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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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