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투기꾼 홍콩금융시장 대공세

◎“함락은 시간문제” 장담 홍콩당국 방어 역부족/주가·통화 대폭락 예상 아 전역 불황 휩쓸릴듯동남아국가의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여세를 몰아 내친 김에 마지막 성채인 홍콩마저 함락시켜려는 환 투기꾼들의 대공세가 시작됐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환투기꾼들은 이 최후의 회전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홍콩 통화사(HKMA)는 23일 초단기금리를 2백50%나 인상하는 등 총력항전의 태세를 보이고 있으나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왕관의 보석(홍콩)이 이미 거의 수중에 들어왔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헤지펀드와 거래를 하는 미국계은행의 한 임원은 『피 냄새가 난다. 태국, 말레이시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홍콩통화당국의 개입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라고 말했다. 통화가치의 사수에 실패하면 홍콩의 주가는 「자유낙하」의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통화가치방어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싸움은 끝났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자신뢰를 상실한 마당에 승부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홍콩인들의 대다수는 통화당국이 달러화연동제를 조만간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실정이다. 국제적인 큰손들도 홍콩에서 철수할 채비다. 이미 일본의 투자자들은 홍콩시장에서 돈을 대거 회수하고 있고 미국계 무추얼펀드도 환차손을 우려해 홍콩시장에서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콩통화와 주가의 추가폭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홍콩의 주가는 지난 8월7일을 고비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이미 37%나 떨어졌지만 앞으로의 하락세는 바닥조차 짐작키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과 금융관련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게 홍콩증시의 취약점. 이들 부동산회사들은 그동안 중국붐의 영향으로 거품이 많았고 금융관련기업들은 최근 동남아통화위기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주가폭락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홍콩의 부동산시장엔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중국계기업의 주식인 이른바 「레드칩」도 그동안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하락세를 면키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결국 홍콩주가의 폭락을 저지할 수 있는 요인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다이와조사연구소의 야마토 준타 위원은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며 『이번의 폭락세는 다른 어떤 나라의 경우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홍콩의 금융시장이 붕괴할 경우 그 여파는 아시아 전체에 미친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자금조달등에 결정적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다음번 희생자는 중국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소피아대학의 리처드 베르너 교수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전역이 앞으로 3-5년간 경기불황에 휩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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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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