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유등 내년에도 강세…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도

원자재발 물가불안 마땅한 대책 없어 고심<br>시장 안정만 바라본다


원자재발 물가불안은 이미 올 하반기부터 예고돼 왔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데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의 수급차질 및 투자자금 유입 등 요인이 더해지면서 국제원자재 시장이 2008년 이후 ‘제2의 활황’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내년에 원자재 및 곡물가격 상승을 예상하며 고심이다. 문제는 이에 뒤따를 물가폭등에 대비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내년에 ‘상저하고’ 경기패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자재값 압력에 따른 물가상승이 나타날 경우 정부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3% 유지’는 커녕 자칫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ㆍ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공존)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자재시장 ‘제2의 붐’=최근 원자재값 상승은 원유와 구리가 이끌고 있다. 21일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등 세계 3대 원유가격이 2년만에 일제히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선물가격이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커피, 코코아, 원당 등 주요 식품 원자재까지 유례없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미국경기 회복과 중국 등 신흥국 수요증가 등으로 내년 국제유가 평균을 배럴당 100달러로 보고 있다. 구리 역시 일부 대형광산이 생산을 중단하는 등 공급이 줄고 있지만 중국이 산업수요를 맞추느라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수요ㆍ공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내년 국제원자재 가격이 점차 상승하겠지만 폭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은 “최근 수급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90달러까지 오른 것은 과도한 상승세”라며 “앞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소 박사는 “최근 유가가 단기요인에 따라 오르고 있어 내년 초에는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배럴당 80달러 초반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압력 ‘대책은 있나?’=원자재와 농산물 공급을 수입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같은 국제 원자재시장 활황이 달갑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기타 원자재의 경우 가격 10% 상승시 소비자물가가 0.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원유가격 상승으로 지난주 무연휘발유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이 ℓ당 1,767.6원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문제는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도 정부가 마땅히 쓸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2008년 원자재가격이 폭등했을 때 정부가 휘발유가격 정보 공개, 공공기관 2부제 실시, 유류세환급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당시에도 고육지책에 불과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올 하반기 이상기후로 농산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수시로 물가안정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수입관세율을 인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결국은 시장이 자체적으로 안정되기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값과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쌍끌이’할 경우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져서 정부가 목표로 한 ‘물가상승률 3%’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물가 모니터단 운영 등의 효과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이승현기자 pimp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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