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들, 선제적 달러확보 나선다

유럽發 금융위기 고조 금리인상 불안감 확산<br>국책銀 이어 시중銀도 해외채권 발행 서둘러


유럽발(發)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달러 확보'에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유럽 금융시장 불안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미국ㆍ중국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금리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출구전략을 마련함에 따라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해외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이달 초 해외채권을 이미 발행했고 수출입은행은 1ㆍ4분기에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국책은행에 이어 국민ㆍ우리 등 시중은행들도 당초 하반기로 예정했던 해외채권을 이미 발행했거나 상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위해 해외 로드쇼를 준비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달러 확보' 선봉에 선 국책은행=달러표시 외화채권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국책은행. 수출입은행은 올해 1ㆍ4분기에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비롯해 올해 전체적으로 20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서너 번 해외 로드쇼를 통해 해외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해외채권 발행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정부가 추진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사업에 93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외화대출 포지션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1일 3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중소기업 수출입금융 지원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미국 국채 수익률에 2.05%포인트를 더한 4.375%에서 금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3일 미국 뉴욕에서 7억5,000만달러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산은이 해외채권을 발행하기는 지난해 10월 민영화를 위한 개정 산은법이 발효된 후 처음이다. 이처럼 국책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달러 확보에 나섬에 따라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회사는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을 노크할 때 조달금리 기준을 설정하는 벤치마킹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도 시기 저울질=시중은행들도 해외채권 발행에 가세할 태세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시작으로 올해 전체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조달금리가 올라갈 위험도 있어 해외채권 발행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며 "해외 금융회사를 통한 대출 및 공모 방식의 해외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아시아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300억원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이외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하반기로 예정된 해외채권 발행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상환자금 압박이 그리 크지 않고 외화유동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할 우려가 있어 미리 해외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금융위기 확산 ▦미국과 중국의 출구전략 ▦글로벌 금리인상 조짐 등이 현실화되면 이는 곧바로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외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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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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