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과서없이 뭘로 공부하냐"

비인가 재외학교, 교과부 수요조사 배제로 돈주고도 못구해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주재원 자녀들을 위한 재외 한국국제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비인가 학교들의 경우 교과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3일 재외 한국학교들에 따르면 많은 비인가 학교들은 2010학년도 개학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교과서를 확보하지 못해 학사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정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들도 수요 조사를 끝내고 올해 발행부수를 거의 확정한 상태여서 추가 확보도 여의치 않다. 칭다오한국국제학교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교과서를 제때 구하지 못해 개학 후 한두달은 복사본으로 공부해왔다"면서 "무상으로 공급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를 받은 재외 한국학교 위주로 교과서를 공급하고 비인가 학교의 경우 수요 조사에서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과부가 인가한 재외 한국학교는 중국 10곳, 일본 4곳, 대만,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각 2곳 등 총 30개교다. 하지만 재외 한국학교는 이들 인가학교 보다 비인가학교가 훨씬 더 많다. 중국 칭다오만 하더라도 인가학교인 청운국제학교 외에도 이화한국국제학교, 국제QTI학교, 칭다오한국국제학교 등 비인가학교가 다수 운영되고 있다. 이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텐진, 다렌 등 재외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중국 내 다른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신강탁 교과부 재외동포교육과장은 "최근 한국기업의 진출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수요파악을 할 때 비인가학교들도 포함시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외 학교에 대한 교과서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교육원은 재외 한국학교 난립 등 행정적인 문제와 예산 부족 등을 들어 여전히 인가학교 중심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비인가학교의 경우 국제교육원에서 접수를 받지 않는 대신 교과서 유통업자들을 소개시켜주고 있다"면서 "비인가학교까지 지원하기에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재외동포교육 운영 지원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365억원. 대부분 교사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시설 증축비 등으로 쓰였다. G20 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10대 수출국이라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격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비인가 재외 한국학교 관계자는"인가학교들도 자신들을 '제외국민''한국 교육정책의 서자'라며 자조하는데 비인가학교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면서 "한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역사와 지리교육을 강화하려고 해도 교과서 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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