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 먼저 결정할것은 핵프로그램 포기"

美국무부는 강경 입장 재확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과 협상을 위해 추진한 방안들이 미국 국무부에 의해 종종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28일 힐 차관보가 “미국이 북한과 관계정상화에 착수하겠다”라고 밝힌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이 말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힐 차관보는 언론과 짧은 접촉을 가졌으며 그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비록 ‘미국 대표’ 자격으로 하는 말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회담 참가국들은 힐 차관보의 발언을 사실상 미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가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힐 차관보가 추진한 방안이 미 백악관에 의해 완전히 바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ㆍ미국ㆍ일본 6자 회담 수석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북한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의 공동초안을 만들었다가 힐 차관보가 본국에서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크게 후퇴했다는 것. 당초에는 없었던 인권 문제가 의제로 새로 포함되고 체제 보장 및 경제지원 등에 대한 조건도 여러 가지가 붙었다는 전언이다. 온건한 접근을 주창하는 힐 차관보의 요구가 번번이 묵살되는 것은 미 정부 내 강경 기류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 고농축 우라늄은 물론 플루토늄도 포함된다”고 말해 기존의 선 핵포기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미국 내 강경파에 의해 심하게 견제를 받거나 백악관과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점은 북한으로부터 비교적 신뢰를 받는 듯한 힐 차관보의 주장이 자꾸 묵살되거나 번복될 경우, 북한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 오히려 회담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불만이 회담장 주변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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