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15일] 침묵의 독(毒)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하던 기자들이 가장 즐겨(?)썼던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단어의 조각들이 있었겠지만 인사만을 놓고 보면 '회전문' '측근' '보은' 등 세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엄청난 단어의 퍼즐을 조합하면서 인사의 문제점을 헤집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른바 '386'을 통해 좌지우지되던 인사의 난맥은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견제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전혀 다른 색채의 정권이 들어선 후 언론은 참 많이 바뀌었다. 민주화 시대에 들어선 후 현 정권만큼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곳도 없었다. 무엇보다 인사에 관한 한 우리의 언론은 따뜻했다. 정권 초기 '고소영ㆍ강부자'로 상징되는 비판의 맹렬한 글귀가 있었지만 잠깐이었다. 누가 보아도 '보은' '회전문'의 색채가 짙던 청와대의 한 수석 비서관의 인사. 그의 인사 발령이 이뤄진 직후 다음날 조간 신문은 너무나도 무덤덤했다. 하물며 진보적 색채의 언론조차도 그에 대한 비판의 글귀는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총애하는 일부 고위 인사들이 측근을 부처들에 앞다퉈 앉히고 눈에 보이는 자리 다툼을 할 때조차도 우리의 언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입을 닫았다. 경제부처의 장관이 자신이 뜻하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전혀 생경한 인물이 제3의 라인을 등에 업고 자리를 꿰찰 때조차도 언론이 전달한 것은 인사 동정 하나였다. 엄청난 낙하산 부대가 공기업 감사를 공습하고 하물며 민간 기업의 고위직까지 점령하는 동안에도 언론의 입은 닫혀 있었다. 정책실장을 위시로 한 청와대 인사가 이뤄진 지난 13일에야 언론은 정말 오랜만에 회전문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들이 왜 침묵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침묵이 결국 '영포 라인'을 상징어로 한 오늘의 사태를 만드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인사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던 모습이 현정권에 절반이라도 가해졌다면 지금의 엄중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금의 '영포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반성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정치 행위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권력과 그 주변의 '인사 행위'에 대한 침묵이 얼마나 큰 독(毒)으로 다가오는지 말이다. 지금의 사태는 권력자 못지않게 언론 스스로에도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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