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920년대 최대 호황 미국의 모습은…

원더풀 아메리카-F.L. 알렌 지음, 앨피 펴냄<br> 신여성 치마길이·수영복 경향서 급진 노동운동·제국주의 부상까지<br>자본 아래의 공존·조화' 상세묘사




지금부터 88년전. 1차 세계 대전을 종결지은 휴전기념일이 6개월이 지난 즈음. 미국 동부의 평범한 부부 스미스 씨 네 오붓한 아침 식사 시간이다. 아내는 패션잡지 ‘보그’를 보면서 오후에 구입할 수영복의 디자인을 남편에게 물어본다. 물론 당시 유행이었던 수영복에 곁들여 신는 긴 양말도 같은 색상으로 구입할 예정이다. 남편이 읽는 조간신문에는 평화조약 체결 준비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파리 강화회의’소식과 귀환병 수송선 도착 등을 알리는 기사가 났다. 책은 미국의 최대 호황기였던 1920년대 미국의 사회 각 부문을 가상의 중년 부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1929년 10월 주식시장의 붕괴와 경제공황이 불어 닥치기 전까지의 전후 10여년간은 미국 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호황기였다. 사람의 성장기에 비유한다면 이른바 ‘푸른 청년의 시기’로 비유된다. 1920년대 미국은 단순히 경제적인 면으로만 측량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와 독특한 풍미를 지닌 시기였다. 금주법이 선포되고, 스윙재즈가 인기를 끌며, 포드 자동차가 선망의 대상이 됐던 당시는 무한한 가능성과 낭만과 모순이 공존했다. 정치적으로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부상하고, 급진 좌파에 의한 노동운동과 파업 그리고 월가 폭탄 테러사건 터진 것도 이때였다. 또 스포츠스타 베이브 루스가 홈런기록을 갈아치웠고 1921년 월드 시리즈가 최고 입장 수입과 관객 수를 기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저자는 당시 정숙한 부인들이 입었던 치마와 신여성의 치마길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스타킹은 무엇을 신었는지, 수영복 경향은 어땠는지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사건들까지 꼼꼼하게 묘사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신문처럼 간결하게 정리했다. 굵직한 정치적인 스캔들과 사회적인 사건들은 물론 스포츠, 연예, 패션, 오락, 먹거리 등 일상의 사건들까지 총 망라해 1920년대로 시계를 돌려놓은 듯 하다. 심지어 알 카포네가 뉴욕에서 시카고로 진출한 뒤 처음 들고 다닌 명함 문구까지 그대로 담았다. 문화사회사학자였던 저자가 1931년 처음 쓴 이 책은 1920년대의 급변했던 미국의 사회상을 각종 사진과 삽화를 곁들여 생생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책은 ‘자본의 논리’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보수적인 현상과 자유분방한 요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자본의 이름 아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자본 앞에는 인종차별, 식민지 경영 등 이념전쟁도 합리화시킨 것처럼 오늘날 미국의 신제국적 행보의 뒤에도 같은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70년 전에 씌어진 책이 지금 주목 받는 이유는 당시의 미국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서는 흔치 않으며, 경제적 호황 속에 좌우가 대립하고 사회 각 층의 갈등이 고조됐던 당시 미국을 통해 21세기 한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역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공황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농촌의 사정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다. 책만 보면 미국에는 도시만 있는 듯하다. 또 도시 내에서도 이민이나 산업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역사적 전환점으로 돌게 되는 흑인문제도 지극히 한정된 부분만 다루고 있다.” 박진빈역.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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