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전략적 제휴」 기운이 뜨겁다. 핵심축은 은행. 과거의 단순 업무제휴차원에서 벗어나 이젠 은행의 핵심 장기전략과 맞물려 돌아간다. 「푼돈좀 건지자」는 사고는 석기시대적 유물에 불과하다.전략적 제휴바람은 앞으로 은행산업의 진로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단순 여수신 업무에 국한된 은행의 개념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얘기. 선진국형의 「유니버셜 뱅킹」이 국내에도 점차 흡인되고 있는 셈이다.
은행뿐 아니다. 종합금융사들은 좁아드는 업무영역을 보완키 위해 증권사와의 제휴를 적극 모색중이다. 일부 종금사는 아예 증권사와 합작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전략적 제휴」 바람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융권간 영역 허물기의 전주(前奏)라는 섣부른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제휴바람= 한빛은행은 26일 삼성증권과 「사이버증권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증권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직접 증권사 객장에 가지 않고도 은행에서 「사이버증권 투자전용통장(문의 02-775-0050(교환 2302)」을 개설, 인터넷이나 ARS를 통해 증권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증권부분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증권사에서도 모자라는 지점망을 은행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거래방식은 여타 은행과 증권사에서도 적극 추진중인 분야. 환은살로머니증권은 미비한 지점망을 보완키 위해 위탁계좌 개설을 모회사인 외환은행에 대행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은행이 소매시장확대를 위해 서민금융기관과 손을 잡는 경우도 확산되고 있다. 주로 점포망이 취약한 후발은행들이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은 지난 3월 신용금고연합회와 금융전산망 제휴를 맺었다. 신용금고 고객으로서는 은행에 갈 필요없이 금고에서 자금이체, CD기 이용, 공과금 자동납무 등 은행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시장확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 평화은행도 한미은행에 이어 우체국과의 제휴를 추진중이다.
대출상품과 보험을 연계하는 것은 이제 흔한일이 됐다. 신선한 아이디어 발굴이 열쇠다. 주택·평화은행이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무료 보험을 들어주기로 한게 대표적이다. 물론 보험사와의 제휴에 의한 것이다.
자산운용을 위해 아웃소싱 차원에서 여타 금융기관과 손을 잡는 케이스도 많다. 하나은행이 단위형신탁의 운용을 미래에셋에, 신한은행은 SEI에셋코리아에 맡겼다. 한미은행도 뮤추얼펀드 판매를 위해 SEI에셋코리아와 손을 잡았다.
◇금융권역 허물기의 전주(前奏)= 은행권의 이같은 제휴바람은 가깝게는 시장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종국에는 유니버셜뱅킹(종합금융그룹)을 구축키 위한 사전포석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미 이같은 행위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글래스스티컬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불길처럼 번질게 확실시된다. 한빛은행은 하반기께 투자은행 부분을 중점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경우. 이 또한 유니버셜 뱅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다.
제휴바람을 전 금융권 차원에서 보면 또다른 해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영역허물기」다. 앞으론 아예 기존의 「은행 개념」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문 소매금융 또는 도매금융으로 남든지, 아니면 종합 금융산업을 꿈꿔야 한다. 종금사도 마찬가지다. 투자은행 전환 작업은 그 서막이다. 종금-증권간 합병(LG), 증권사와의 합작사 설립(아세아)…, 이 모든 것이 바로 영역의 껍데기를 깨부수기 위한 작업들이다. 금융연구원 고성수박사는 『현시점은 금융권간공생공사(共生共死), 나아가서는 윈-윈전략이 스며드는 태동기』라고 해석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