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투신권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출현한 채권시장안정기금은 발등의 불을 끄긴 했지만 비(非) 시장적 기구로서의 한계로 인해 지표금리와 실세금리의 괴리율을 키우는 현상도 빚어냈다.그러나 올 한해 채권시장은 발행시장의 발행물량 감소, 유통시장의 한자릿수 금리유지로 요약되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행시장
연초 정부는 경기부양,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지원 등 재정자금 수요 증가에 따라 총 27조3,030억원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발행액은 지난해의 14조1,615억원보다 11조2,902억원 증가한 25조4,517억원에 머물렀다.
통화채 역시 통화당국이 단기물의 발행을 줄이고 장기물 위주의 발행에 나섬에 따라 총 발행규모는 지난해보다 무려 293조7,661억원이 감소한 65조8,436억원에 그쳤다. 특히 이중 60조3,241억원은 상환돼 순증발행 규모는 5조5,195억원에 머물렀다.
발행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회사채 발행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못해 회사채 발행물량은 지난해의 55조8,680억원에 비해 25조원 이상 감소한 30조1,7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5대그룹의 비중도 지난해의 71.8%에서 35.86%로 급감했는데, 이는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눈여겨 볼 부문은 주식시장의 강세를 바탕으로 주식관련사채 발행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올해 전환사채(CB)는 2조6,249억원, 자산담보부증권(ABS)은 3조6,497억원이 발행됐다.
이밖에 금융채는 시중자금이 금융권에 머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발행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상환은 늘어 대규모 순상환을 기록했다. 특수채 역시 정부투자기관의 본격적인 투자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발행물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유통시장 올해 유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 상태가 초과공급 상태로 전환되면서 한자릿수 저금리기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6년 11.87%, 97년 13.41%, 98년 14.99%를 기록했던 회사채 평균수익률은 올해 들어 8.8%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투자수요가 줄어든데다, 신규자금 조달보다는 기존 부채의 상환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한자릿수 금리유지와 함께 변동성 감소도 올해 유통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는 지난 9월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금리 한자릿수를 유지했는데, 이는 정부의 금리안정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4·4분기에는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와중에서도 채안기금 설립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동원하면서까지 금리상승을 억제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시장개입이 결국 지표금리와 실세금리의 괴리율을 늘려 금리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을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유통시장의 또다른 줄거리는 국채거래가 증가한 반면 회사채거래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는 것이다.
올해 채권거래 규모는 지난해의 675조4,442억원에 비해 116.3% 증가한 1,461조2,166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국채거래는 국채딜러 선정을 위한 경쟁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17% 증가한 507조5,495억원을 기록한 반면, 회사채는 발행물량이 감소한데다 대우사태 이후 우량회사채를 제외하곤 변변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보다 53조1,736억원 늘어난 431조4,239억원에 그쳤다.
채권 매수세력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투신권, 하반기 은행권으로 구별된다.
지난 상반기에는 공사채형펀드가 여타 금융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투신권이 채권시장의 주매수세력으로 부상하는 동인이 됐다.
그러나 대우사태가 발생하자 공사채평펀드의 수신이탈이 급격히 이뤄지며 투신권은 보유채권의 매물화에 주력한 반면 낮은 금리수준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은 서서히 매수주체로 부상했다. 특히 은행은 채안기금이 투신권의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채권보유 규모가 더욱 늘게 됐다.
▲2월 9일:투신규제조치 발표-단기공사채펀드에 장기채권 편입 금지
▲3월 22일:신종MMF 허용-국채 5년이하 편입 가능, 통안채 30%까지 편입 가능
▲4월 23일:CD 금리선물 선물거래소에서 거래 시작
▲7월 19일:대우그룹 자금난 발표
▲7월 24일:대우그룹에 대한 4조원 신규자금지원방안 발표
▲7월 25일:대우관련 긴급 금융시장안정화대책 발표-투신의 중도환매 억제,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
▲8월 13일:투신권 환매제한 해제조치, 대우관련 채권 우선지급비율 발표(50%
80%, 95%)
▲8월 19일:MMF 개인고객에게 대우채권 95%까지 환매
▲9월 27일:채권시장안정기금 1차 2조5,000억원 조성
▲9월 29일:국채금리선물시장 개장
▲10월 4일:2차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투신 시가평가 유보, 대우 무보증채
지급 보장, 채안기금 확대조성
▲10월 7일:공사채형 사모펀드 인가
▲10월 19일:하이일드펀드, 정크본드 담보부 ABS 허용
▲11월 4일:금융시장안정대책-한투, 대투에 공적자금 투입
▲11월 17일:금감원, 금융기관 비대우채권 수익증권 환매 허용
▲12월 20일:2001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재실시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