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용 통신기기를 생산하는 A사 P사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같다. 원자재를 1,200원대에 구입해 제품을 생산했는데 수출대금을 받을때가 되고 보니 환율이 하락, 마진폭이 절반이상 깎일 처지에 놓인 것.P사장은 『원자재의 수입비중이 40%나 된다』며 『계속해서 환율이 하락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아예 손해를 보면서 수출하는 곳도 생겨났다. 핸드폰용 전동모터를 생산하는 B사의 K사장은 『환율이 1,200원아래로 떨어지면서 밑지고 팔고 있다』며 『이미 수출단가 계약을 했는데 재협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비단 일부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협중앙회가 지난 9월 중소수출업체 117개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채산성를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1달러당 1,230원. 또 절반이상인 53%의 업체들이 수출채산성 악화의 주된 이유로 환율하락을 꼽았다.
문제는 환율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점이다. 올들어 외환보유고가 늘고 증시로 외국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환율이 떨어지자 환차익을 노린 자금까지 들어와 환율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업계 모두 환율하락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기협중앙회 홍순영 조사상무는 『전에는 모르겠지만 국제통화기금 위기이후에는 정부의 환율정책운용에 어려움이 많아 환율하락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기가 어렵다 』고 진단하고 『다만 암암리에 환율관리에 나서고 있는 미국등 선진국들의 예에서보듯 환율을 무조건 시장에 맡기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위기를 미봉책으로 넘겨서는 안되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엔고위기를 겪으면서 피나는 원가절감및 품질향상노력으로 경쟁력을 키워환율위기를 극복한데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역협회 동향분석과의 이인호차장은 『중소기업들에게 환율과 관련해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자구책이라고 내놓을 것이 별로 없다』며 『원칙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중장기적인 대책만이 환율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함께 미리 결제시점의 환율을 결정해놓는 선물환거래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회피(헷지, HEDGE)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규진기자KJ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