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크로 에멀전」 개발 한미약품 우종수 연구원

◎수상자 연구성과/물에 잘녹고 거부반응없어 「제제」 기술 새 장/에멀전 입자크기 0.1㎛ 잘게 부숴/약물 분해 탁월 인체흡수율 높아/장기이식뒤 면역억제제 주사 대신/환자 알약만 먹으면돼 안전성도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사무총장 박진호)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 9회(12월) 수상자로 「마이크로 에멀전 제제기술」을 개발한 한미약품 중앙연구소 제제연구실 우종수 책임연구원(30)을 선정, 17일 과기처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우연구원은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독점하고 있는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 스포린」을 함유한 연질 캡슐을 개발, 최근 노바티스와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여 한국의 기술개발력을 떨친 것을 인정받았다. 우연구원의 연구업적과 연구세계를 소개한다.<편집자주> 독실한 불교 신자인 우종수 연구원은 30살의 젊은 나이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 하나를 이미 터득했다. 「세상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체 장애자가 겪는 「세상에 대한 거부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입학지원서와 입사 신청서에 적힌 「지체장애 2급」이라는 단어 때문에 대학에서 본래 원했던 의학을 전공하지 못하고, 몇 번의 입사 신청도 좌절당했다. 그러나 그는 실망이나 조금의 거부반응도 보이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냈다. 어쩌면 그가 거부반응을 최소로 줄이는 제제 연구를 택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거부반응을 줄이는 방법으로 응어리를 잘게 부수어 녹여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곧 마이크로 에멀전(Micro Emulsion) 기술이다. 현탁액 또는 유화액으로 번역되는 에멀전은 작은 입자가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있는 상태의 용액을 말한다. 지금까지 에멀전 입자의 크기는 보통 지름 1∼10㎛(1㎛는 1천분의 1㎜)인데, 우연구원은 이를 0.1㎛ 수준으로 잘게 부수어 버렸다. 우유가 에멀전 수준이라면, 「포카리스웨트」보다 조금 더 투명한 것이 마이크로 에멀전이다. 곧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은 물에 작 녹지 않는 약물을 효과적으로 분해하여 인체에 쉽게 흡수되도록 하는 것으로, 노바티스에 이어 우연구원이 세계 2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노바티스는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스포린」을 에탄올에 섞은데 비해 우연구원은 「디메틸이소소르바이드」(어유)라는 용매를 선택했다. 그 결과 우연구원의 제제는 노바티스의 약품보다 안정성과 흡수율이 높고, 소화기관 속에서 담즙과 같은 유화제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제조가격을 훨씬 더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은 신장·간장·심장·폐·췌장·골수 등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끝난 뒤 조직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을 막아주는 새로운 차원의 면역억제제로 각광을 받았다. 장기 이식 수술을 받고 나면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동안 혈관주사로 면역억제제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우연구원은 이제 환자가 간편하게 알약(연질 캡슐)만 먹으면 되도록 만들었다.<허두영 기자> ◎연구세계/1㎏ 약물 1,000만원 넘어 극소량씩 아껴 실험/성공 믿었던 시제품 침전생겨 엄청 손해보기도/스위스에 기술이전 10년간 매년 600만불 받아 우종수 연구원은 지금까지 질병을 앓아본 적이 없다. 갸날픈 몸매이지만 나이 30이 넘도록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을 만큼 강인한 정신력을 자랑한다. 3살 때 앓은 소아마비가 그의 유일한 병력이다. 우연구원의 어머니 정복연 여사는 막내 아들인 그가 건강은 물론 공부나 생활에 있어서 한번도 애를 먹인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우연구원은 3살 때 앓은 몹쓸 병 때문에 부모님이 그에게 미안해 하는 것이 오히려 죄스럽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영남대 약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한미약품에 입사했다. 『좁은 약국에 앉아 약만 팔기는 싫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준 한미약품이 고마워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우연구원이 없었더라면 우리 한미약품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 지경에 빠져있을지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달러가 절실한 지금 그는 한미약품에 달러를 한 보따리 가득 안겨주었습니다.』 정지석 한미약품 사장은 최근 한국 전체가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연구원이 없었다면 한미약품도 부도의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우연구원은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로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 스포린」을 함유한 연질 캡슐을 개발하여 스위스 노바티스사에게 기술을 이전했다. 계약금 1천1백만달러, 기술료로 내년부터 10년간 매년 6백만달러씩, 또 20년간 매년 매출액의 15%를 받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매출액이 평균 5배로 늘었다. 그는 『노바티스와 엄청안 액수의 기술계약을 맺은 뒤 회사로부터 인센티브를 얼마를 받았느냐』거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으로 받은 상금을 어디에 쓸거냐』는 세속적인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겸손하게 그 공을 임성기 회장의 연구개발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정사장의 따뜻한 격려와, 이창현 부사장의 자상한 가르침 덕분으로 돌린다. 『1㎏에 1천만원이 넘는 약물을 가지고 연구하는데는 정말 심리적인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기 오줌만한 분량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습니다. 한번은 성공했다고 보고한 시제품에 침전이 생겨 엄청난 손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우연구원은 연구개발을 독려하는 최고경영진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로 자신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또 한미약품과 산·학 협력관계에 있는 충남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입한 것도 그들 덕분이라고 고마와한다. 『한미약품은 절대 수입 약품을 우리가 개발한 것인양 팔지 않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개발한 것만 내놓습니다.』<허두영 기자> ◎제제연구 발전방향/인체 약물흡수 쉽고,효과 극대화/부작용 거의 없는「스마트캡슐」 개발이 최종목표 「제제 연구는 신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다.」 우종수 연구원은 대학 선배로 현재 한미약품 공장장을 맡고 있는 이창현부사장의 고민을 잊지 못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제제분야 연구의 선배인 이부사장의 명제는 우연구원에겐 평생을 두고 사색해야 할 화두처럼 들린다. 신은 인간의 몸을 감탄고토하도록 설계했다. 곧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거부하도록 인체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약물은 본래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다. 따라서 인체는 당연히 약물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인다. 만약 인체가 약물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인체는 금방 약물에 의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제 연구는 인체가 약물을 거부하도록 만든 신의 뜻을 거역하며 약물을 잘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연구라는 것이다. 모든 질병을 다스리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또 부작용 없이 특정한 질병에만 듣는 완벽한 약도 없다. 약물은 특정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두통이나 소화불량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어떤 항생제는 머리카락이 빠지게 하거나 시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제제 연구는 인체가 약물을 가장 잘 받아들이기 쉽고 효과가 크며 부작용이 없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곧 약물이 가장 적은 양으로, 원하는 부위에, 원하는 시간만큼만 머물렀다가, 빨리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것이 제제 연구의 지상과제다. 이같은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every System)을 설계하는 것이 제제공학이다. 제제는 약물을 투입하는 방식에 따라 먹는 경구제, 바르는 외용제, 주사기로 주입하는 주사제 등으로 나누어진다. 미리 프로그램된대로 지정한 부위를 찾아들어가 일정한 시간동안 약물을 분비하고 사라지는 「스마트 캡슐」(Smart Capsule)은 경구제의 꽃이다. 우연구원은 미래의 제제인 「스마트 캡슐」은 인공위성이나 마이크로 로봇과 같은 모양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지정된 목표를 찾아가려면 안테나와 구동장치가 있어야 하고, 약물을 분비하거나 병든 부위를 잘라내려면 로봇 팔이 필요하며,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분해되거나 배설되는 형태로 몸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또 이 모든 프로그램을 기억하고 지휘하는 중앙컴퓨터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첨단 제제는 과연 신의 뜻을 거역하는 것일까. 우연구원은 이부사장이 던진 화두에 오늘도 고민한다.<허두영 기자> ◎심사평/제제기술 독점 노바티스사에 기술 수출 등 기여/진정일 고려대 교수 우종수 연구원은 과기처의 중간핵심기술과제로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을 이용한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데 성공, 노바티스에게 기술을 수출하여 한국의 제제 연구 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데 기여했다. 또 30살의 어린 나이에도 기술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 것은 물론, 국내 특허 10건, 국제 특허 5건을 출원하고 미국 특허 3건을 획득하는 성과를 보여 제9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진정일 고려대 교수 ◇심사위원:장성도 이수화학 고문·강민호 한국통신 해외사업본부장·김진동 서울경제 주필·명효철 고등과학원 원장·박원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배무 이화여대 교수·변광호 생명공학연구소 소장·손병기 경북대 교수·손재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선임부장·이대운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소장·이리형 한양대 부총장·전의진 과기처 연구기획조정관·정명세 한국표준과학원 원장·채영복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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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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