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신약개발국이다. 99년 SK제약의 ‘선플라 주’(항암제)를 시작으로, 2001년 ‘큐록신 정’(중외제약), 지난해 미 FDA(식품의약국) 판매 승인을 받은 ‘팩티브 정’(LG생명과학)까지 10개의 국산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 할 뿐 실속이 없다. 국내 신약 1호인 ‘선플라 주’는 2001년 3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지난해는 10억원에 그쳤다. 세계 최초의 방사성 항암제로 평가받는 ‘밀리칸 주’(동화약품) 역시 10억원, 대웅제약의 당뇨병성궤양 치료제인 ‘EGF 외용액’은 4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산 신약의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정작 국내에서 의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산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냉담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특히 항암제의 경우 상당수의 대학병원 교수들은 약효가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실제로 임상에 참가했던 교수들조차 약효에 대해서는 말을 아낄 정도다.
이에대해 제약업계는 엄청난 연구인력과 자금을 쏟아붓는 다국적 기업과의 신약과 비교해서 국산 신약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효가 떨어질 것이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항변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자국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신약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계가 국산신약에 대해 애정을 가져주는 일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하지만 무작정 강요가 아니라 국산신약을 처방하는 병ㆍ의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런 처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