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2011년 더 작아질 월가

2011년 새해를 앞두고 월가는 여전히 암울하다. 공적자금을 수혈했던 지난 2008년 이전의 명성을 되찾길 원하지만 금융산업이 여전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을 고려해본다면 필히 감수해야 한다. 월가에서 근무하는 금융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죄(enormity)'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이 초래한 피해를 인정하고 업무 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지만 다른 여러 은행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지분을 확대해 2007년 호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8년 위기 이후 월가 은행들의 트레이딩 분야 수익은 급감했다. 2011년 월가의 은행들은 이제 '뉴 노멀'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다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고안해 이득을 창출했던 과거의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도드ㆍ프랭크 법과 같은 더 엄격해진 금융규제법의 적용을 받으며 일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몇몇 월가 은행들은 프롭트레이딩 부서와 파생상품거래 부서를 분리하기도 했다. 금융규제당국은 눈에 불을 켜고 투자은행을 지켜볼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휩쓸고 간 '탈규제' 열풍은 이제 엄격한 규제의 칼날로 되돌아올 것이며 향후 몇 년간은 지속돼 금융산업의 영화는 당분간 찾아오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금융산업에 가해지는 규제와 압박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또한 세간의 우려와 달리 그들이 유용한 일을 하고 있음을 투자자들과 고객에게 보여줘야 한다. 소액거래 은행의 경우 모기지와 중소기업 대출에 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월가의 은행들이 예전처럼 영업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투자은행들이 글로벌 거래에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다국적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돕고 있지만 일반 납세자는 여전히 투자은행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른다. 월가의 은행들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끝까지 월가를 '악당들의 소굴'로 여길 것이다. 월가 은행들에 주어진 과제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적응해나가면서 투명한 거래를 강화하는 것이다. 월가의 직원들은 탐탁지 않게 여길지 모르나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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