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허술한 철도행정이 빚은 거액 횡령사건

건설교통부 6급 공무원 최모씨가 철도청 근무시절 2년 동안 허위서류를 만들어 29억원을 횡령한 사건은 철도청의 부정방지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서류가 전산화된 시대에 원시적인 사건이 6년 동안이나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감시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철도청의 후신인 철도공사 경영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목표달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철도청에서 공사비 관리와 시설물 이설 보상지급을 담당한 최씨는 허위 보상비 지급요청서를 만들어 보상비를 아버지 명의의 계좌에 입금시켰다. 이 같은 초보적인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하는데도 적발되기는커녕 오히려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고 철도청장 표창까지 받았다니 감시 감독 시스템이 얼마나 엉성했던 가를 알 수 있다. 철도청 후신인 철도공사가 적자에 허덕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철도공사는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경영을 돕기 위해 올해 지원하기로 했던 9,000억원 외에 앞으로 5년간 매년 1,000억~2,000억원을 추가 지원해 2015년까지 흑자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철도공사는 이에 발 맞춰 용산 등 역세권 개발과 신규충원을 억제하고 15개 자회사를 9개사로 재편하기로 했지만 국민은 어처구니 없는 이번 횡령사건으로 철도공사의 경영개선 노력을 믿기 어렵게 됐다. 경영개선을 하려면 무엇보다 감시 감독 등 관리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경영개선 대책을 마련해도 6급 공무원이 공금을 제멋대로 횡령하는 허술한 대책은 소용이 없다. 갈수록 많은 액수를 허위서류로 빼내가고 평소 돈 씀씀이가 헤픈 데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주위에 협조자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 철도공사는 철도청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 해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히 문책하는 등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 감독 등 내부 시스템 점검을 하는 것이 경영개선 종합대책의 선결조건이라고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