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당국 행장인사 개입에 임직원·노조 반발/은행권 업무공백 심각

◎곳곳 직원동요·의사결정 연기 등 후유증/파문확산땐 금융·경제전반 주름살 우려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대한 개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은행 임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주요의사결정을 미루는 등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외환은행 등 해당은행의 비상임이사들이 내정인사에 반발,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노조는 취임반대운동은 물론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어서 관치금융에 따른 부작용과 파문이 계속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서울·한미은행과 산업은행의 경우 후임행장 선임 또는 취임이 늦어지면서 주요의사결정 사항이 계속 연기되는 등 심각한 업무공백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이맘때쯤 확정해야할 「하반기 경영계획」에 대해 아직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보사태에 연루된 은행의 경우 은행장 거취문제로 이미 한달이상 실질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이에 더해 후임 은행장 인사파문으로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후임행장이 선임되더라도 실제 취임때까지 2개월이상 행장대행체제가 불가피한데다 반발에 따른 후유증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업무공백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가 부도파문에 휩싸이고 있어 금융권간 협조체제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같은 업무공백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 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한보사태이후 우리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 금융기관들도 국내 주요은행들의 경영공백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공여를 더욱 꺼릴 것으로 보여 금융권은 물론 경제계 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지울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은행=장명선 행장이 5일 공식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박준환전무의 행장대행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장의 임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지난 5일 열린 행장추천위원회가 상당수 비상임이사들의 반발로 무산돼 오는 9일로 또다시 연기됐다. 내주중 후임행장이 선임되더라도 주총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는데 최소한 45일이 걸려 오는 7월20일께까지 박전무대행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난 5월부터 3개월가량 실질적인 행장부재상태가 지속돼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춰지는 등 업무공백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장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부터 해외기채, 거액대출 등 주요의사 결정에 대해서는 논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가 뒤늦게 행장인사에 개입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행장선임 후에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은행=진로, 한신공영 등에 대한 거액 부실여신으로 은행이 위기상황에 놓인 가운데 행장 퇴진 및 후임 행장선임문제로 한달이상 진통을 겪으면서 대내외적인 위협에 휩싸이고 있다. 장만화 행장이 5일 임원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사퇴를 둘러싼 공방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후임행장 선임 문제를 놓고 또다시 진통을 겪을 것이 확실하다. 현재 후임행장으로 거론되는 최연종한은부총재가 고사하고 있는 가운데 비상임이사들도 외부로부터의 일방적인 낙하산인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외환은행에 이어 또다시 행장선임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진로 대농과 부도난 한신공영의 처리 등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행장부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부도방지협약 등 금융권간 협조체제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우려도 있다. ◆한미은행=정부가 홍세표 은행 후임에 문헌상 수출입은행장을 내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한미은행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달 초 미국측 대주주인 부행장이 재경원을 방문, 정부의 행장내정 사실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미은행의 경우 합작은행이면서 사실상 대주주(BOA 삼성 대우)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지분이 40%이상인 외환은행과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비상임이사들도 대세론과 내부선임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행장추천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된다. 홍행장이 사실상 외환은행으로 내정된 지난달 중순 이후 행내의 중요의사 결정 사항이 지연되고 있고 앞으로 문행장이 선임되더라도 두달가량 행장대행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지난 4일 김시형 총재가 한보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하고 김영태 담배인삼공사 사장이 후임 총재로 임명되자 노조측은 낙하산인사에 반발, 총재의 출근을 제지하고 나섰다. 김신임총재는 3일간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고 여의도에 있는 전산센터에 머무는 등 사실상 업무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업무공백 상태는 이미 지난달 중순 전임 김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시작돼 이미 20일에 달하고 있다. 산은의 경우 정부투자기관으로 주총 등의 절차가 필요없어 대행체제를 거치지 않아도 돼 상대적으로 공백기간이 짧겠지만 노조가 이미 18일째 철야농성를 하는 등 다른 은행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로 인한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보사태이후 우리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차입 등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산은의 업무공백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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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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