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급증하는 단기외채와 외환유동성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외화유출 규모가 최고 700억달러에 달해 외환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은 우리경제가 외환유동성 면에서 상당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12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단기채무가 급증하고 있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실정을 감안 할 때 외환유동성을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외환 유동성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외국인의 유가증권 보유금액이 700억달러에 이르고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1년 미만 단기외채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외환이 일시에 빠져 나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라크전의 장기화 우려와 함께 북한 핵 문제 등 경제외적인 불안감 등으로 우리경제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라크전의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가사화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라는 지정학적인 리스크에 대한 외국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간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방안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북한 핵 문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경제를 옥죄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구나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고 카드채로 인한 금융경색 등 경제내적으로도 구조적인 문제가 적지않게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대내적인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소비지출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고유가와 이라크전의 여파로 수출에도 타격을 받는 품목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불안과 비관적인 전망이 지속되는 경우 외환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외환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제불안요인을 적극 해소하고 적정 성장을 유지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단기외채의 지나친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대외 단기채권과 단기외채간의 불일치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 보다는 채권과 채무간의 불일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유동성위기이기 때문이다. 외환유동성 문제에 과민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외환유동성 문제를 막는 최선의 대책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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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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