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시장 내세울 독자기술 다급(통신시장 개방 D­100)

◎CDMA 로열티 퀄컴에 5,000만불/95년 매출액비 R&D비 7.3% 불과/IMT­2000 기술없어 발언권 상실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내 업체들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또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어떤 것인가. 불행히도 국내 통신업체들은 이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시장개방에 대비한 활발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한국통신은 지난 95년부터 개방대응총괄팀을 운영하다 지난해 4월 이를 개방대응부로 승격, 5명의 전문가를 두고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도 기획조정실에 시장개방대책팀을 만들어 개방 후의 국내 시장 방어전략과 해외진출전략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신세기통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도 시장개방에 따른 영향분석과 대응전략 수립을 추진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업체도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책 외에 똑 떨어지는 정책 대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란 서비스 분류체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서비스별 진입장벽을 어느 수준에서 설정할 것인가 등에 관한 것이다. 결국 통신시장 개방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 어느 방향, 어떤 수준으로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업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체들이 해야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개방에 대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뛰어난 기술력의 확보라고 본다면 기술개발은 개별업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내 어느 업체도 시장개방에 대해 자신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95년 기준으로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을 보면 7.3%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 평균 R&D 비율 2.5% 보다는 높지만 일본 정보통신 업체들의 9.7%, 영국의 8.7%나 미국의 11.7%(90년∼93년 평균)에 비하면 훨씬 낮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는 시장개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받던 각종 보호장벽이 걷히면 손쉽게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정보통신, 맥슨전자 등은 CDMA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이미 5천만달러를 지불하고도 최근 또다시 로열티 인상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이 개방되면 국제 시장에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 더욱 필요해진다. 최근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국제 기술표준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발언권을 잃고 있는 것도 우리만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껏해야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거나 요금을 낮추는 등과 같은 지엽적인 수단 외에는 물밀듯 밀려드는 외국의 거대통신업체들과 대응할 수단이 없다. 삼성전자 김영기 상무는 『사실 장비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이 개방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믿을 곳은 기술력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전량 국산 제품을 사용해오던 무선호출 시스템을 고속무선호출로 바꾸면서 캐나다의 그레니아 제품을 구입했다. 한국전력도 2.5㎓ 전송장비를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 제품을, 데이콤은 루슨트테크놀러지와 노던텔레콤의 제품으로 구매했다. 수요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개방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지만 국내 장비 생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시장을 잃어 버린 것이다. 시장 개방후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믿을 것은 보다 낳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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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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