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필로그/「한국=중급」 이미지 개선 시급(해외로 뛰는 중기)

◎본지­KOTRA 공동기획/동종업체간 덤핑경쟁 상품경쟁력 약화 초래/실적위주 수출 강요 은행 대출방식 개선해야/정부지원 불재로 시장개척 ‘가시밭길’서울경제신문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기획으로 지난 1월9일 (주)가파치로 부터 시작해 지난달 26일 (주)기린다이아몬드공업(주)에 이르기까지 24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었던 「해외로 뛰는 중기」는 경제적 번영을 지속하기 위한 우리의 선택이 수출에 귀착될 수 밖에 없음을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일선 중소수출업체 사장들이 밝힌 오늘의 수출 일선은 우리가 그동안 이룩했던 수출신화를 무색케 할 만큼 가시밭길 투성이었다. 국내외 전반에 걸쳐 구조적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사장들의 지적이다. 수출환경 악화의 일차적 요인은 무엇보다도 품목및 품질에 관계없이 「메이드 인 코리아」는 무조건 중급이라는 해외 이미지 형성에 있다. 손톱깎이 전문업체인 벨금속공업(주)의 이희평사장은 『각고의 노력끝에 품질을 높여 놓아도 우리 제품을 중급 이상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해외 바이어가 많아 몇센트의 단가 인상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우리 제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힘들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소품종 대량생산과 실적위주의 수출이 국산 제품의 중급 이미지 고착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석재절단용 톱날을 수출하고 있는 기린다이아몬드공업의 이종세 사장은 『OEM을 통한 소품종 대량생산은 단가 하락과 함께 마진율 저하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국산 제품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특히 『단가 하락및 마진율 저하에도 불구, 자행되고 있는 실적위주의 수출은 같은 금액의 외형 달성을 위해 제품은 전보다 2배 이상 수출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이 속 빈 강정임에도 실적위주의 수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우리의 인식체계가 「외형 감소=사세 위축 또는 부도 가능성」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은행대출 중단등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동종업계간 제살 깎아 먹기식의 덤핑경쟁 역시 수출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리즈 연재중 수출업체 사장들은 현재 거래하거나 거래를 트려는 해외 바이어에 대해서는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유는 바로 덤핑 가능성 때문이었다. 정부의 무성의, 무책임한 수출행정도 수출한국으로의 위상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사장은 『대만, 홍콩만하더라도 수출할 의사만 있으면 전세계 바이어 리스트는 물론 취급 품목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라며 정부지원 불재를 성토했다. 또다른 사장은『해외주재 대사관이야 말로 경제전쟁시대의 전초기지나 다름없음에도 대사관 관계자들이 해당국 경제단체 인사나 바이어를 집으로 초대해 대접 한번 하는 것을 못봤다』며 외무관료들의 고답적 권위주의를 꼬집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영국의 처칠수상은 『수출이냐, 죽음이냐』며 수출의 중요성을 국민에 호소했다. 우리야 말로 지금 이순간 수출에 대한 인식의 재무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일선 수출업체 사장들의 지적이다.<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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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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