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협해외지부장 좌담회/수출부진 타개책 없나

◎“가격경쟁력 열세 마케팅·고급화로 뚫어라”/독자브랜드 개발·AS망 대폭확충 시급/기술 뛰어난 중기 판촉­자금지원을/미·중·일 조달시장 규모 엄청나/현황·법규 잘몰라 진출에 애로/정보수집 강화·업계 공조체계 중요/중 국영기업 민영화 적극 추진/개별기업 단독참여 리스크 커/유사업체 공동진출 바람직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해외시장에서 한국경제와 우리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는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들어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이 겹치면서 우리경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은 극도로 부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사는 한국무역협회 해외지부장들을 초청, 우리경제 불안에 대한 해외현지의 시각과 수출부진, 외환시장 불안 등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일시:11월11일 하오 3시 ◆장소:무협소회의실 ◆참석자 ▲차재윤 전무(사회) ▲이상직 워싱턴 지부장 ▲최정근 홍콩 지부장 ▲박종만 동경 지부장 ▲유인렬 브뤼셀 지부장 ▲김철환 북경 지부장 ▲사회=대기업 연쇄부도, 주식 및 금융시장의 불안 등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적신호가 경제전반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현지의 시각은 어떤지요. ▲이워싱턴지부장=미국에서는 최근의 한국경제가 정부의 과도한 보호정책과 일부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현상 등의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한국경제의 왜곡된 부분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만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최홍콩지부장=한국의 외환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막대한 외채를 안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가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의 긴급자금지원 대상국가가 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합니다. ▲유브뤼셀지부장=현지 언론들이 한국관련기사를 왜곡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통화위기가 아시아전체의 위기로 비춰져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더욱 손상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저력에 대해서는 아직도 신뢰하고 있고 무엇보다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일본과 같이 유럽산업계를 석권할 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박동경지부장=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일본과는 달리 금융기관의 융자가 부동산이 아닌 설비투자에 집중되어 있어 최근의 위기가 한국경제의 뿌리를 흔들만큼 심각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4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북경지부장=중국도 일본과 거의 같은 시각입니다. 한국경제의 기초가 건전하고 최근 경상수지등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어 동남아국가가 겪고 있는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우리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양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증가하고 있으나 수출채산성 등 질적인 면에서는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보신 우리상품의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이지부장=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제품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일본 등 선진국 제품에 비해서는 품질의 다양성, 상표인지도, 유통망 등에서 상당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지부장=섬유, 신발 등 종래의 주력수출상품을 유럽시장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바이어들도 현지시장에 팔릴 수 있는 한국제품을 찾을 수 없다고 불평할 정도로 중국, 동남아 제품에 비해 한국제품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상사를 비롯한 우리 수출기업들이 이같은 경쟁력 열세를 마케팅과 제품고급화로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박지부장=섬유제품은 물론 한국이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여겨졌던 기계류 마저도 중국 및 아세안국가에 상당부분 내줄 정도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습니다. 이는 가격경쟁력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가 취약하고 해외진출 일본기업 제품의 역수입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지부장=다른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가격이 싸면서 일본이나 유럽제품에 비해 품질이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품질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또 중국 현지 대학 및 연구소에 장학금이나 연구개발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중국사회 일원으로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그렇다면 침체에 빠진 우리 수출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지부장=독자브랜드 개발은 물론 판매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유한 우리 중소기업들을 위한 판촉, 자금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박지부장=『세계에서 일본기업처럼 거래를 트기 어려운 곳은 없으나 일단 거래를 시작하면 일본처럼 안정적인 거래선도 없다』는 평가가 있듯이 일본시장에 대한 특성에 맞는 생산 및 판매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시장의 진입장벽 및 상관행 등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지부장=홍콩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기업과 화상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중국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사회=올해부터 세계무역기구(WTO)정부조달협정에 우리나라가 가입함에 따라 우리기업의 외국조달시장 참여가 가능하게 됐으나 우리기업의 참여정도는 매우 미미한 실정입니다. 현지 조달시장의 문제점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요. ▲박지부장=일본 조달시장은 크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것으로 구분되고 이들은 다시 분야별로 세분되므로 상당히 복잡합니다. 따라서 전체 조달시장의 현황 및 규모에 대한 자료를 입수하기가 매우 힘들어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달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류, 배분하는 「조달정보센터」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지부장=중국은 아직도 계획경제체제가 골간을 이루고 있어 조달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 등 대형공사나 대형공장 건설에 필요한 플랜트설비를 도입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앙부처나 지방정부가 국제입찰을 실시합니다. 공개입찰 내용은 프로젝트별로 중국의 인민일보 해외판이나 차이나 데일리에 공고하므로 입찰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은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지부장=미국 연방정부의 조달규모는 2천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러나 우리업체들의 참가규모는 4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고 그나마 이것도 주한미군이나 주한미국대사관에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조달 관련 법규나 규정을 명확히 숙지하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업체가 직접 담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 입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기관과 친숙하거나 경험이 많은 법률회사나 컨설팅업체를 고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업체와의 하청계약을 통한 우회적인 진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대미무역적자가 막대한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으로 지정하는 등 통상압력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이지부장=미국의 통상압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양자간의 원만한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국이 WTO에 제소하는 것을 감안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국내제도도 자체적으로 정비해야만 합니다. 특히 자동차시장 문제는 미국 정부 및 업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어 관련업계의 꾸준한 대미홍보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현재 우리기업이 처하고 있는 어려움은 과거 일본기업들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박지부장=좋은 지적입니다. 90년대들어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장기불황이 지속될때 최근의 한국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거품경제때 사업다각화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동원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도산하거나 큰 어려움을 겪은 반면 자기분야를 고수하며 전문화에 노력했던 기업들은 오히려 발전했던 것이 바로 그 것입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들도 자기분야를 등한시하고 무모한 사업확장에 전념했던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기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업체끼리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중국정부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영화 현황과 우리기업의 참여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요. ▲김지부장=중국정부는 제15차 당대회이후 4만여개의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민영화 계획은 중국진출을 원하는 우리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개별기업의 참여는 투자부담이나 위험측면에서 볼 때 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업체간의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정리=고진갑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