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서울이 국제금융센터로 성공하려면

김병수 <한국산업은행 국제업무부장>

우리나라는 한때 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부상한 국가 중 하나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지난 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모으기 운동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인 때와는 달리 최근 사회계층간 갈등의 증폭, 빈부격차의 확대, 저출산 등으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2002년까지 세계 3위이던 부산무역항이 항만노조의 연이은 장기파업으로 중국의 상하이ㆍ선전에 이어 5위로 밀려나면서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국 구상 실현에 역행했다. 2003년에는 아시아의 사스(SARS) 발생 등으로 한국이 국제금융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SK글로벌 회계분식 사태, 현대상선 대북지원 파동, 노사간 극한대립 등으로 상실하고 말았다. 서울이 홍콩ㆍ싱가포르와 같은 수준의 국제금융센터가 되려면 우선 모든 경제주체들이 국가신용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주변국인 싱가포르(AAA), 대만(AA-), 홍콩(A+)의 국제신용도를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도 최소한 AA등급은 돼야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춰 금융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래야만 중국ㆍ북한 등 동북아시장을 중심으로 투자경쟁력을 되찾아 우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이 국제금융센터로 성공하려면 다국적기업, 세계의 유수 금융회사, 국제적인 법률회사 및 회계법인의 국내 유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지원, 규제완화, 금융거래 및 감독의 투명성 같은 제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언어ㆍ인력ㆍ교육시설ㆍ주거환경ㆍ교통 등의 사회환경적 인프라의 구축도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ㆍ북한 등 아시아 지역은 개발금융 수요와 더불어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단기간에 구조조정에 성공한 우리나라가 이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을 구조조정금융에 특화된 국제금융센터로 발전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의식의 국제화가 중요하다. 이민족과 타문화에 배타적인 우리 국민 성향은 다국적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허브의 구축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을 끌어내리기보다는 남과 공존하며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성숙된 선진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도 성공의 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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