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짜리 오피스텔 종부세 제외?
주거용 판단 놓고 '논란'…제도 허점 노려 '뭉칫돈' 몰려
입주한 사람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에 대한 세금 부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냐 업무용이냐에 따라 취.등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각종 세금이 다르게 매겨지는데 용도 구분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입주한 오피스텔은 25만여실에 달하는데 당장 다음달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를 놓고도 집주인과 과세당국간의 치열한 공방이 우려된다.
◆ `주거용' 여부에 따라 세금 크게 달라
29일 국세청과 행정자치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세금 고지서가 나오는 재산세의 경우 오피스텔의 용도가주거용이 아닌 업무용으로 구분되면 대체로 세금이 적게 나온다.
주거용으로 구분되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는 시가 기준으로 매겨진 공시가격이 과표가 되기 때문에 상가처럼 건물과 토지가 각각 나뉘어 과세되는 업무용보다 재산세가 경우에 따라 배는 많아진다.
또 12월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주거용이면 주택으로 간주돼 과세대상이 된다. 개인별로 주택 기준시가의 합이 9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대상이다.
양도세도 주거용이면 아파트와 동일하게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등의 제도가 똑같이 적용된다.
취.등록세는 주거용이면 25.7평 이하의 오피스텔을 취득해 1가구1주택자가 되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취.등록세가 25-100% 감면되지만 업무용은 감면 혜택이 없다.
따라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업무용, 취.등록세는 주거용, 양도세는 상황에 따라 주거용 혹은 업무용으로 구분돼야 세금을 적게 내는 셈이다.
◆ 모호한 `주거용' 구분 잣대
이처럼 주거용 여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지지만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냐'라는 추상적 개념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5만여실에 달하는 모든 오피스텔을 직접 방문해 `사는 데' 쓰는 지 `일하는 데'쓰는 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방문하더라도 용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행정자치부 현기수 사무관은 "입주자가 오피스텔을 주거용과 업무용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서 사용하는 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워낙 집집마다 사정이 달라 가장 중요한 잣대는 작년에 어떤 용도로 세금이 부과됐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세금 고지서가 날아가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용도가 틀렸다'는 이의신청이 쇄도하지만 이를 바로잡기도 쉽지 않다.
재산세 부과시점인 6월1일에는 주거용으로 썼다 하더라도 재조사를 나갔을 때에는 작업도구만 조금 늘어놓고 업무용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현 사무관은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좀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초호화 오피스텔도 `주거용'만 아니면 종부세 제외
올해부터 신설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평당 최고 2천900만원에 서초동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부띠크 모나코'의경우 90평형의 분양가는 27억원에 달하지만 `주거용'이라는 애매한 잣대만 피해가면종합부동산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오피스텔은 작년 5월에 건축허가를 신청, 작년 6월부터 시행된 업무공간 70%이상, 온돌.온수온돌에 의한 난방 금지 등 강화된 건축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이 오피스텔은 업무공간을 크게 늘리는 등 비즈니스 고객을 타깃으로 잡았지만 바닥 난방이 가능함은 물론 욕실2개, 주방, 침실 등이 갖춰져 있어 설사주거용으로 이용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다.
시공사인 G건설 관계자는 "분양하면서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오피스텔은 예술인들도 많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령 지방에 가족들이 있는 미술가 A씨가 이 오피스텔에서 먹고 자면서 작업을 한다면 이를 주거용으로 봐야할 지 업무용으로 봐야할 지 불분명하다.
국세청 종합부동산세과 남호성 주사는 "주택법상 주택의 개념인 `세대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거용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업무용인지 아닌 지는 입주자 본인도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 "조사가 나오더라도 그때만 업무용으로 꾸미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종부세를 내는 곳은 극?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 주거형 오피스텔 `뭉칫돈' 몰려
이처럼 주거용 적용 여부에 대해 논란이일고 있는 가운데 강화된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이른바 주거형 오피스텔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전매가 가능하다?장점과 더불어 어렵지 않게 종합부동산세를 피할 수도 있어 틈새시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분양된 용산 파크타워의 경우 오피스텔이 평균 7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억원을 웃도는 웃돈이 붙기도 했으며, 창원에서 최근 분양된 오피스텔 `더 시티7'도 지방으로는 드물게 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됐다.
또 부띠크 모나코도 오피스텔로는 유례가 없게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물량이 거의 없다.
이처럼 입지 여건이 좋은 오피스텔은 예외없이 청약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주변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주거용 판단 기준이 워낙 애매하다보니 오피스텔이 과세의 `구멍'으로 여겨지며 온갖 편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오피스텔 과세 체계를 명확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입력시간 : 2005/06/29 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