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상생활 “컴퓨터 천하”/정보통신 대격변

◎의식주해결에서 업무수행까지 ‘필수품’/눈부신 성능향상 “꿈을 현실로”「D사에 근무하는 김과장은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PC의 전원을 켠다. 미국 현지법인의 이대리가 인터넷을 통해 밤 사이에 보내온 전자우편의 내용을 확인한 뒤 출장 중인 최부장에게 전자우편으로 보고한다. 이어 여름 휴가를 위해 B항공사의 PC통신 예약시스템에 접속해 항공권을 예매하고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한다. 그리고 회계팀의 장과장이 어제 부탁한 각 지사의 이달 매출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담당 실무자에게 전자우편으로 협조전을 띄운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반 사무실의 풍경이다. 「모든 업무는 PC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일쯤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하나 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무실 뿐만 아니다. 백화점의 계산대·버스·주차장·지하철의 요금대에서도 알게 모르게 파고된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가 일상 생활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컴퓨터 없이는 단 하루도 인류의 시스템을 지탱할 수 없는 「컴퓨터 생활권 시대」로 본격 진입한 것이다. 지난 46년 대형 전자식 컴퓨터인 「애니악」(ENIAC)이 탄생한 이래 반세기만의 일이다.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착륙시키는데 사용된 최첨단 대형 컴퓨터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컴퓨터의 변종(?)들이 인류의 생활양식을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은 컴퓨터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컴퓨터는 특정 계층의 한정된 작업을 수행하는 계산기의 개념을 벗어난지 오래다. 이제는 컴퓨터로 불가능한 일이 무엇인가를 물을 때다. 특히 개인용으로 고안된 PC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의 눈부신 성능 향상에 힘입어 통합 정보단말기의 주인공임을 자랑하고 있다. 오디오·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합하면서 정보사회의 핵으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PC 한대의 성능이 70년대 중소형 컴퓨터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지칠줄 모르는 PC의 변신은 무엇보다 사무환경의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로 문서작성 용도로 사용되던 PC가 모든 업무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인터넷의 등장은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이나 업무는 인터넷이나 인트라넷을 통한 전자우편으로 대체되고 있다. 결제방식도 전자 결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를 켜지 않으면 업무를 볼 수 없는 사무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 컴퓨터 속에서 본사와 해외현지법인의 거리는 같은 사무실 직원들간의 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인터넷 전자우편은 불과 10∼20초 만에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PC, 카메라, 통신망을 결합한 최첨단 화상회의시스템은 회의방식을 탈바꿈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사무실에 앉아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음성을 들으면서 회의를 하는 공간 파괴적인 회의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PC의 대중화와 컴퓨터의 가전화는 「컴퓨터 생활권 시대」의 바람을 가정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PC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10가구 가운데 3.5가구가 P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진국인 미국의 34% 보다 높은 수치다. 게다가 대부분의 PC는 PC통신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로 짜여지고 있다. 또 TV, 오디오, 노래방, 영화관 등 가전기능이 PC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PC한대로 멀티미디어 가전제품의 기능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개개의 가전제품 성능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공간활용도 등을 고려할 때 이들 가전제품을 통합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세대 멀티미디어기기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는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고선명 TV(HDTV)의 화면과 3차원 입체음향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하는 DVD는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나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결합된 PC를 거실로 끌어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TV를 보면서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인터캐스트 PC 등 방송과 PC의 연계 또한 PC의 대중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이버 대학 등 PC를 통한 교육도 기존 교육 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무선 이동통신과 결합한 지갑 크기 만한 PC의 등장은 유선에 이어 무선부문에서도 세상을 컴퓨터로 연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컴퓨터는 경제·사회·문화의 구조와 상호 연계 속에서 인류의 미래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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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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