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른 손실은 전자 등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인데 왜 자동차 업계만 유독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까?” 대표적인 업체인 현대차의 경영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의문은 금방 풀린다. 현대차는 해외판매가 76%에 달하고 부품 국산화율이 97%를 넘는다. 매출의 4분의 3 이상이 수출인데 반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부품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곧바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출비중이 80%를 넘고 있지만 부품의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환율하락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있다. ◇‘원고ㆍ엔저’의 이중고=현대차는 올해 평균 환율을 지난해 평균(1,034원)보다 8.1% 낮은 달러당 950원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 사업구조로 볼 때 환율이 70원 떨어지면 매출이 7,980억원, 영업이익은 5,529억원이 줄어들게 된다”며 “지난해 총 영업이익 규모인 1조,3841억원의 40%가 환율 때문에 사라진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뿐 아니라 엔달러 환율 상승도 현대차에겐 상당한 악재다. 해외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합하는 대상이 일본차라는 점에서 최근의 환율 변동은 현대차에게 크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져 이익률을 유지하려면 수출차 가격을 높여야 한다”며 “하지만 엔화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를 견뎌내려면 가격을 오히려 내려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엔달러 환율은 6%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와 엔달러의 갭인 14%만큼의 가격경쟁력을 위협 받고 있는 셈이다. ◇고유가ㆍ원자재가 상승도 발목= 올들어 배럴당 60달러선을 웃도는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경영의 발목을 잡기는 마찬가지다. 유가상승은 자동차 내수는 물론 해외수요까지 위축시키는 커다란 악재다. 업계에서는 기름 값이 10달러 오르면 자동차 내수는 최소 10만대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수입물가지수는 112.03(2000년 기준=100)에 달한 반면 수출물가 지수는 86.74를 기록, 두 지수간 격차가 사상 최고인 25.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한국은행 자료) 수입되는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이를 가공해서 수출하는 상품의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어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수입에서 이득을 봐서 이를 상쇄해야 하지만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입부문에서의 상쇄효과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법은 ‘위기의식’ 공감대 형성= 자동차 업계의 더 큰 고민은 환율과 유가 등 이 같은 악재들이 일시적 현상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의 판매호조 등에도 불구하고 환율 등의 충격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을 줄었고,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 2003년 이후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자칫 중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앞길에 켜켜이 쌓인 난관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것들이 없다“며 “이 같은 난관을 피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정면돌파만이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노사관계 선진화 등 ‘공동의 위기’에 대한 ‘연합 해법’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