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세상은 '생각'보다 '운과 우연'이 지배한다

■ 행운에 속지 마라 / 나심 니콜라스 탈렙 지음, 중앙북스 펴냄


투자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가운데 운 좋은 사람 하나쯤은 등장하기 마련이고, 수백만 투자자들중워렌 버핏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거꾸로 파악해 훌륭한 자질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운이 중요하며 예측 못한반전이일어날수있다는사실을사람들은쉽게간과한다. 그림은화가두민의‘행운(Fortune)’.

당대 최고의 부자로 통하는 리디아(Lydia)의 왕 크로이소스에게 그리스의 현자(賢者) 솔론이 찾아왔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화려한 재물에 전혀 놀라지 않는 솔론에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본 적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솔론은 전쟁에서 고귀하게 죽은 사람, 영웅적으로 살다 죽은 사람들을 나열했다. 발끈한 크로이소스가 따지자 솔론은 "온갖 상황의 수많은 불행을 돌아보면 현재의 기쁨에 자만해서는 안 되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행복에 감탄해서도 안 되는 법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신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허락한 사람만 행복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저자는 '능력으로 위장한 행운', 즉 우연에 의해 성공했음에도 이를 능력의 결과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정조준(正照準) 한 현대판 솔론이다. 저서 '블랙 스완(검은 백조)'로 유명한 저자 탈렙은 불확실성 문제를 연구하는 문학평론가 겸 계량 트레이더이다. 현재 '이론'이라 불리는 것은 귀납적 추론에 불과하며 '세상사의 대부분은 운에 좌우된다'는 그의 견해가 처음부터 주목 받지는 않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이변'으로 시장이 무너지자 경제학자들이 그 동안 신봉하던 시장법칙과 인과관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탈렙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2009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전문가'로 뽑혔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을 동경하면서도 사람들은 대체로 후견지명(後見之明)의 사고방식으로 현재를 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과거의 사건이 '필연'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종종 '후견지명'의 오류가 발생한다. 부자들의 성공 신화를 보면 그들의 훌륭한 자질이 놀랍지만 어쩌면 성공했기에 결과적으로 훌륭하게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귀납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두뇌가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어떤 의미성을 찾으려 하고, 그렇게 도출된 이론을 세상을 설명하는 진리로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어떤 이론도 반증되기 전까지만 진리로 여겨진다.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 모든 백조는 하얗다고 여겨진 것처럼.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예단할 수 없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반증과 이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이 없고, 우리가 시장의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과거에 발생한 적 없는 사건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반드시 벌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투자 실적이 좋은 '실력있는 투자자'의 대부분은 '운 좋은 바보'"라고 말한 것은 '생각보다 운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거의 성공 수칙만을 충실히 따른다고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넘쳐나는 정보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는 지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전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는 교훈이 저변에 깔려있다. 책은 투자전략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을 통찰한 인문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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