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출구전략 궤도진입 수순…"시위 떠났다" 금융시장 출렁

■ 美재할인율 0.25%P 인상<br>금리인상·유동성 흡수 가속" 전망에 美채권수익률 오르고 亞증시 급락<br>"본격시행 아니다" 지적도 잇따라… 지준율 인상등 다음 행보에 촉각


'미국이 출구전략에 드디어 나서는 것인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3년여 만에 재할인율을 인상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올 들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출구전략 시행 전망이 한층 힘을 얻어가고 있다. 미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FRB는 이번 조치로 시장에 출구전략 시행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며 앞으로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FRB가 활을 쏘았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FRB는 가계와 소비자에 대한 광범위한 금융긴축은 적어도 수개월 후에나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FRB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가 출구전략의 시작으로 풀이되는 이유는 과거 재할인율의 조정이 기준금리 변동을 위한 사전적 방법으로 사용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단 시점인 2007년 8월 금융권에 대한 신용을 늘리기 위해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의 스프레드를 1%에서 0.5%로 줄였다. FRB가 이후 9월부터 기준금리를 꾸준히 내리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스프레드 줄이기는 금리조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FRB가 재할인율 인상을 통해 스프레드를 현행 0.25%에서 0.5%로 늘린 것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RB는 이번 인상이 기술적 조치일 뿐 정책의 변화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FRB가 '활을 쏘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기준금리의 선물가에 투자하는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금리인상 기대감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재할인율 인상발표 이전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FRB가 올해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두번 인상할 가능성을 28%로 보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 이후 올해 내 두번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50%로 높아졌다. ◇ 예고된 조치에도 금융시장 출렁 = 금융시장은 이번 재할인율 인상에 크게 출렁이고 있다. FRB의 발표 직후 주택담보대출과 각종 소비자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미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이날 장중에 3.81%를 기록, 0.07%포인트가 올랐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 장중 1.3475달러를 기록, 강세를 띠며 9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들도 이날 장중에 -1% ~ -2%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FRB의 이번 재할인율 인상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FRB는 올 들어 시장에 출구전략 시행을 시사하면서 재할인율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강하게 전달했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지난 10일 미 하원 청문회에 보낸 서면자료에서 "투자자들은 머지않아 금리가 서서히 오를 것을 예상해야 한다"며 "조만간 재할인율과 기준금리에 다소 차이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의 스프레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포인트를 유지해왔지만 지금은 전례없는 초저금리 때문에 0.25%포인트까지 내려갔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스프레드를 이전수준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으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기 힘든 점에 비추면 재할인율을 곧 인상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FRB는 이에 앞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재할인율의 인상 방침에 합의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위원들이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의 스프레드를 곧 늘리는 게 적절하다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재할인율 인상은 예견되었지만 앞으로 유동성 흡수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다음 행보에 촉각 = 이번 재할인율 인상이 출구전략의 본격시행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 정부가 그간 천문학적 자금을 금융권에 쏟아부은 덕분에 금융권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FRB 할인창구 규모는 금융위기가 절정인 2008년에는 1,000억달러를 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 17일 현재 15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체력을 회복하면서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WSJ은 "금융권에서 FRB 대출창구 이용은 치욕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FRB의 지원대상은 금융권이지 일반 가계나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기준을 강화했다고 해서 일반 가계와 기업 등에까지 대출기준 강화 등 긴축정책 강화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FRB가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시장 파급력이 비교적 낮은 재할인율 인상을 먼저 택했다는 점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FRB가 이에 따라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출구전략 시행 여부가 더욱 분명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FRB가 운영하는 대출창구(재할인율 적용)와 예금창구(초과 지급준비율 적용)에서 먼저 재할인율이 인상되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초과 지급준비율의 인상이 순서에 맞다. 초과 지급준비율 인상은 시중은행의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자연스레 예금금리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과 지급준비율의 인상은 FRB가 출구전략을 위한 궤도에 완전히 들어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버냉키 의장이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의 스프레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전 수준인 1.0%까지 올리기 위해 재할인율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시장은 FRB가 출구전략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명한 신호로서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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