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R&D투자는 장기적 안목으로

국내 기업들이 연구ㆍ개발(R&D)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다. 현금이 넘쳐나는 데도 이를 외면한 채 은행에 쌓아놓고 있는 것이 저간(這間)의 사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기업들의 R&D에 대한 투자가 외국의 경쟁기업들에 비해 너무나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의 성장잠재력마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게도 생겼다. R&D에 대한 투자가 이처럼 부진한 배경에는 정권교체기 정책의 혼선이나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이 작용한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R&D에 대한 홀대가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2년 기업실적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기업의 R&D에 대한 투자가 외국기업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낮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 GM사의 R&D투자는 52억달러, 독일 지멘스사는 51억달러로서 한국 25개 대표기업의 총계(50억달러)보다 도 많았다. 또 R&D에 대한 투자액도 절대금액은 늘었으나 매출액 대비,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국내외 대표기업의 업종별 매출액 대비, R&D비율을 보면 전자가 국내 6.3%ㆍ외국 6.8%, 중공업 국내 1.2%ㆍ외국 3.9%, 자동차 국내 1.4%ㆍ외국 3.6%, 화학 국내 2.1%ㆍ외국 4.5% 등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는 국내 2%ㆍ외국 14%선으로 격차가 가장 컸다. 보고서는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과 같은 비율로 R&D투자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몇몇 업종은 순 이익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령 화학은 6.1%에서 3.0%로, 생활용품은 7.3%에서 5.4%로, 소프트웨어는 0.8%에서 마이너스 11.7%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기업들이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시대다. 국경이 없어지면서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경쟁력을 잃게 돼 몇 년 가지 못해 도태되기 십상이다.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 일변도에서 벗어나 R&D나 시설확충, 신사업 전개 등 미래를 위해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해서 이를 기피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선진제국의 기업들은 미래의 산업으로 생명공학을 선정, 이미 엄청난 물량작전으로 R&D에 나서고 있다. R&D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은 그 사이클도 짧아졌다. 그만큼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R&D에 대한 투자는 멀리 바라봐야 한다. 투자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일섭(이화여자대학교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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