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그룹 차원에서 삼성카드에 대한 `구제 조치`가 나오면서 에버랜드는 물론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의 재편 시나리오까지 등장하는 등 그룹 전체의 지배 구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카드ㆍ캐피탈 합병의 속뜻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카드와 캐피탈의 합병론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97년 삼성생명 금융연구소였다. 하지만 5년이 넘도록 두 회사간 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합병 선언은 카드사의 조기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그룹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에버랜드의 지분은 삼성카드와 캐피탈이 각각 14%, 11.06%를 갖고 있고 제일모직, 삼성전기, SDI가 각 4%를 소유중이다. 오너 일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25.1%로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고, 이건희 회장의 딸인 부진ㆍ서현ㆍ윤형씨가 각각 8.37%씩을 갖고 있다. 기관 소유분만 놓고 보면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1, 2대 주주이고, 딸들의 지분을 제외하면 두 회사가 뜻하지 않은 위기 상황에 처할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구조가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룹으로서는 합병을 단행할 경우 에버랜드 주식을 한 회사로 통합, 그룹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한편 에버랜드 지배구조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룹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지난 88년 삼성전자와 반도체통신이 합병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냈듯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경영정상화와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뜻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금융계열사 구도= 삼성카드의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가 삼성생명의 역할론. 삼성그룹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카드 2대주주인 삼성전기가 카드 보유지분(22.11%) 전부를 삼성생명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기로선 실적부진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데, 이번 기회에 카드와의 고리를 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그룹의 금융업 구조는 상당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전기, 물산 등 제조 계열사들 대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업 지배구조를 재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이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자총액제한 등 제반 사항들이 걸려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