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식시장 활황을 기대하며

이석용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증권업에 스무해 가까이 몸 담아온 사람으로서 해마다 이맘때면 갖게 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올해는 활황시장이 돼 우리 투자가들이 흡족한 수익을 올렸으면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수년간 그런 기회는 손꼽을 정도밖에 없었고 지난해 역시 지수는 올랐으나 개인투자자들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도 올해 주식시장은 예년과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내수부진 등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지금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항의하실 분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몇 가지 요인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중단기적으로 수급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올해 주식시장의 수급상황을 보면 공급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상당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관리기본법의 국회통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확대될 것이며 지난해 불붙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의 가입이 더욱 확대돼 주식시장에 대한 수요기반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저금리와 부동산시장 경색 등으로 갈 곳을 잃어 버린 400조원 규모의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매수세력으로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잠재수요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질 조짐이 보이면 바로 실수요로 전환돼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 수 있다. 둘째, 정부가 공언한 대로 올해부터는 경제에 올인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데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지난 2년간은 경제 외적인 문제, 즉 정치ㆍ사회적인 이슈로 경제정책이 겉돌고 말았는데 이제부터라도 경제난국 돌파에 전력투구를 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신용불량자 해소 대책이나 벤처산업 활성화 지원책, 그리고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통한 건설경기 지원대책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핵문제나 투명성의 문제 등의 국가위험(Country Risk)으로 인한 한국주식의 저평가 요인이 올해 들어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가장 큰 국가위험 요소인 북핵문제도 6자회담의 기본틀이 유지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북핵문제의 악화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도 아래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일장춘몽에 그칠지도 모른다. 먼저 과거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답습해서는 안된다. 외환위기 이후 조급한 나머지 모든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가 ‘외환위기(IMF) 졸업’에 맞춰져 단기적인 성과를 올렸지만 무리한 정책의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우리 경제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버블과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사태, 부동산경기의 과열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지난 연말 발표된 벤처기업 지원책의 경우에도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머니게임식 버블이 재연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고민은 심한 내수침체다. IMF 이후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중산층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으며 없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쓰고 있는 사람은 불안해서 못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내수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최대한 효과를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한해 경기침체와 정치ㆍ사회적인 불안으로 인한 경제주체의 자신감 상실을 회복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살려야 한다. 기업은 정책의 호불호(好不好)보다는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 여부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없이는 고용이 창출될 수 없으며 고용의 창출 없이는 소비의 진작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도력을 발휘해 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가 경제정책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경제주체들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는 좌절감을 올해는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경기가 회복되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아 올 연말에는 개인투자자들이 풍요로운 연말을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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