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차이나타운·리틀도쿄·서래마을… '한국의 작은 지구촌'

■ 국내 외국인 마을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진입했다. 특정 국가 출신의 외국인이 일정 수를 넘어서면 이들은 대사관, 직장, 학교와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마을을 형성하게 된다. 반포동 서래마을(프랑스인 마을), 이촌동 리틀도쿄, 연남ㆍ연희동 차이나타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국가 출신의 외국인이 한데 모여 사는 주거 밀집지는 서울, 인천, 안산, 수원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해외 기업의 한국지사 발령, 유학, 취업, 국제결혼 등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정착촌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서울시는 특히 외국인이 급속하게 증가해 글로벌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도 최근에는 외국인 마을을 글로벌 빌리지로 조성, 외국인 거주지로 특화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남ㆍ연희 차이나타운, 동부이촌동 ‘리틀도쿄’, 이태원1동, 한남1동, 역삼1동, 서래마을 등 6곳이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됐고 순차적으로 글로벌 빌리지센터를 설립하는 등 외국인의 국내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회사·대사관 직원 등 커뮤니티 형성
특산품 시장·음식점·식료품점 '문화촌' 역할
◇필요에 따라 자연발생한 커뮤니티=외국인들이 학교와 종교시설, 대사관, 직장 등을 따라 모여들다 보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고 이들의 편의를 돕는 현지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등이 뒤이어 자리잡는다. 반포 서래마을과 이촌1동 일본인마을은 각각 프랑스학교와 일본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정착한 외국인 회사 임직원, 대사관 관계자들이 형성한 마을이다. 정착촌이 아니더라도 특정 국가의 특산품을 파는 시장이 서거나 음식점, 식료품점이 생겨나면서 ‘문화촌’을 이룬 경우도 있다. 매주 일요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필리핀 장터, 이슬람 중앙성원을 중심으로 할랄푸드(이슬람 율법에 저촉되지 않는 식품 목록)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모여있는 이슬람거리, 동대문 운동장 주변의 몽골 타운, 중앙아시아촌 등이 해당된다.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먼저 눈에 띄는 외국인마을에서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이방인이다. 몇몇 외국인 마을은 이국적인 풍경과 현지 음식들을 내세워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물론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국인 등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들은 차이나타운, 독일마을 등을 유치하는가 하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릴 수 있는 축제와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기존 외국인 마을들을 정비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 관광특구 지정… 옛 영화 회복
이촌1동 아파트 일본인 1,800세대 정착촌 형성
◇한국 속 세계여행지로 인기=이국적인 풍경과 음식,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외국인 마을은 관광지 역할까지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차이나타운 초입을 알리는 패루가 가장 먼저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천 선린동 일대 차이나타운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 마을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외국 선박들이 인천항을 통해 수시로 드나들며 치외법권을 누렸는데 특히 1884년 청국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많은 화교들이 인천항 인근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한때 2만여명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하기도 했지만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후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천시와 중구에서 차이나타운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근대 문화와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차이나타운이 재인식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당시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화교학교인 중산 학교, 3대에 걸쳐 중국 전통 과자를 만들어 파는 복래춘, 자장면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공화춘(자장면 박물관 건립 예정) 등이 대표 코스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마을은 ‘리틀 도쿄’로 불리는 이촌1동 아파트 단지다. 현재 일본인 가족 1,8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후 이 일대에 외국인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정착촌을 이루게 됐다. 일본식 가옥이나 일본어 간판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정통 일본 요리를 선보이는 일본 맛집들과 일본 수입제품만 파는 모노마트가 있어 일본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다. 서래마을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서울프랑스학교가 1985년 반포4동으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프랑스인 집단 거주지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직원, 기업 주재원 등 국내 거주 프랑스인의 40%에 해당하는 600여명이 이곳에 거주한다. 이 일대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 공원과 빌라촌이 이국의 풍경을 만들어내 오래 전부터 서울의 명소로 꼽혀왔다. 프랑스 삼색국기를 형상화해 만든 보도블록과 불어로 쓰여진 가게 간판들만으로도 한국 속 프랑스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안산시 5만여명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 다문화 특구 지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외국인마을=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이주자들의 집단거주지는 쾌적한 환경을 갖춰 관광명소로는 물론 부동산 투자 유망지로도 각광받는다. 반면 중국,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의 거주지는 낙후됐다는 인식이 강해 내국인들의 발길이 뜸하다. 서울시가 다국적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6곳의 외국인 마을을 지정해 주민 편의시설을 늘리고 관광명소화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같은 내국인들의 차별적인 인식을 배경으로 한 조치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55개국 3만3,000여명, 미등록자까지 합하면 5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안산시는 한국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안산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이 다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이 일대에는 다문화원과 녹지 공원 등이 조성되고 세계 전통민속 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한국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때로는 재외동포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글로벌 빌리지를 설립하기도 한다. 남해 삼동면 물건리 일대에 설립된 독일마을과 당진군에 설립중인 독일마을이 주요 사례다. 프랑스마을과 달리 국내 독일마을은 엄밀히 얘기하면 외국인을 위해 조성된 것이 아니라 재독동포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져 한적한 유럽의 전원도시를 연상케 하는 남해 독일마을에는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고생했던 재독동포들의 슬픈 사연을 품고 있다. 독일마을 주민들 중엔 일부 독일인도 있지만 대부분이 60년대 광산 노동자,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돼 외화를 벌어들였던 경제개발의 역군들이다. 노년에 이르러서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들의 정착촌은 알록달록한 지붕과 바다색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고 드라마 촬영지로 애용되는 등 남해 관광에서 빼놓을수 없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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