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고유가 종합대책] 정부 감세정책 급브레이크 걸리나

한시적 재원 10兆 작년 남은 세금으로 활용<br>내년에도 고유가 지속땐 재정지출 압력 거세져<br>세수 확보위해 소득세 인하등 늦춰질 가능성


정부가 고유가로 인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빡빡해질 나라살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 지출과 유가환급분에 대한 재정조달계획은 충실히 수립돼 있다”며 “재정건전성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10조원에 달하는 재원은 2007년도 세계잉여금과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자연 세수 증대로도 충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이번 지원책은 내년 6월까지 1년 시한으로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내년 6월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돼 지원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거나 연내 국제유가가 170달러를 뚫고 추가 급등한다면 재정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힘을 실었던 대대적 감세정책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조원 재원 어디서 조달하나=정부가 8일 발표한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의 총 지원금액은 10조4,930억원.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부담액의 약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근로자와 자영업자ㆍ농어민 등에 대한 유가환급금이 7조570억원, 공공요금 안정 지원과 저소득층 유가보조금 등으로 소요되는 재정 지출은 3조4,36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재원을 세계잉여금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3조4,000억원 이상의 재정적 지출은 지난해 세계잉여금에서 국가채무 상환 등을 제하고 남은 4조9,000억원과 세계잉여금 중 지방교부세 정산분(5조4,000억원) 중 일부를 활용하면 전부 메울 수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세계잉여금 잔액 전액을 추경예산으로 편성, 3조3,000억원은 고유가 민생 종합대책에 사용하고 나머지 1조6,000억원도 앞으로 나올 민생 관련 대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유가환급금은 기존 지원 규모 2조원을 제외한 추가 감세 규모가 5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대 3조2,000억원과 세원 투명화로 늘어난 세수 2조원으로 충당하게 된다. 재정부는 유가 상승으로 올 하반기 이후 1년 동안 수입분 부가가치세 3조원과 관세 2,000억원 등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 지속으로 내년 이후 재정 압박 본격화 우려도=문제는 10조원 재정 투입계획이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이다. 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도 평균 국제유가가 올해보다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각종 변수로 지금보다 더한 고유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세계잉여금 등 일시적인 재원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내년 우리 재정은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당장 올해 유가가 170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정부가 부득이 유류세 인하 조치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고물가로 인한 기업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인한 경기 급랭이 극심한 민생 불안을 가져올 경우 내년 이후 세수를 거둬들이는 데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재정 지출 압력은 더욱 거세지게 된다. 결국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화되고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서민생활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6월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항구적 재원이 필요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 본격화할 재정 압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초 기대됐던 소득세 인하 등 정부의 감세정책이 세수 확보 차원에서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세부담률이 22%까지 급격히 올랐으므로 2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소득세 감세 등은 연구를 해본 다음에 발표하겠다”며 추후 재정 부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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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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