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17일] 부관 페리호 재취항

‘적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로 시작하는 ‘사의 찬미’를 부른 윤심덕.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그녀가 1926년 애인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것은 관부(關釜)연락선 도쿠주마루호에서였다. 부산항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항을 오가는 정기여객선 부관페리가 운항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0년. 그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부관페리에 몸을 싣고 현해탄을 넘나들었다. 1905년 관부연락선이라는 이름으로 뱃길을 연 부관페리는 주로 대륙침략에 혈안이 된 일제의 전쟁물자와 병력을 수송했지만 민간인이 양국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광복 이후 운항이 중단됐던 관부연락선이 1970년 6월17일 부관페리라는 이름으로 재취항에 나섰다. 1967년과 1968년에 열린 한ㆍ일 경제각료회의에서 부산~시모노세키 항로 개설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2년 뒤 노선이 폐지된 지 2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처음에는 234명의 여객과 승용차 30대를 실을 수 있는 일본 국적선 페리관부호(3,800톤급)가 취항했고 1983년에는 우리나라 국적의 페리부관호(5,632톤급)도 투입돼 매일 번갈아 운항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일본 측이 초호화 여객선 하마유호로 대체했고 우리도 2002년 5월 기존의 부관페리호를 1만6,700톤급의 여객선 성희호로 교체했다. 현재 부산항과 시모노세키의 운항 소요시간은 40년대와 비슷한 8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제속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이 뱃길을 이용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사람은 연간 100만명. 대륙침략과 한반도 수탈의 수단이었던 부관페리는 보따리상들의 생활터전을 거쳐 이제는 한ㆍ일 양국 문화와 관광교류의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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