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컨설팅시장 '감독死角'] 통계체제 미비로 돈흐름 파악 구멍

IMF이후 외국용역사에 수조원대 빠져나가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갔는가를 누구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은 감독정책과 철학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국제수지 적자구조가 고착화하고 탈세 가능성까지 제기될 지경에도 컨설팅시장이 방치됐다는 점은 외국 것이라면 무턱대고 받아들인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컨설팅시장에 대한 정확한 규모와 세원 포착이 중시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컨설팅 시장인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앞으로의 문제다. 컨설팅 시장을 지금처럼 나둘 경우 앞으로 본격적으로 개방될 회계ㆍ법률ㆍ교육 등 용역서비스 시장을 통해 국부가 스펀지처럼 빨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누구도 모르는 컨설팅 시장 지금까지 나온 공식적인 시장 규모는 2,188억원. 금감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금융회사들이 외국계컨설팅사에 지불한 게 이 정도 규모라고 밝힌 게 유일한 공식자료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98년부터 2000년까지 사업서비스로 나간 외화가 265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10%만 잡아도 3조원이 넘는다. 외환위기 이후 앞다퉈 컨설팅을 받았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사례를 어림짐작해도 수조원대는 쉽게 넘는다. ◇ 왜 파악 못하나 통계 체제 미비 때문이다. 컨설팅을 따로 떼어내 집계하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컨설팅규모와 수지를 집계하는 통계는 국제수지표상 서비스수지 부문.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와 운수수지, 기타서비스로 분류된다. 컨설팅은 기타서비스에 포함된다. 기타서비스의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도 컨설팅은 '사업서비스'항목에 묻혀 있을 뿐이다. 사업서비스 통계는 한국은행이 은행들로부터 외국환 거래 자료를 받아 작성되는데 은행들이 제출하는 자료부터 컨설팅은 분류되어 있지 않다. 그마나 통계청은 이만한 자료도 없다. 한은 관계자는 "이전에는 사업서비스 부문이 크지 않아 따로 집계할 필요가 없었다"며 "통계 재분류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은행간 통계기준과 전산기종이 서로 틀려 호환성을 갖추는데 시일과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 국세청 조사, 핵폭풍 예고 국세청의 '시장조사'는 핵폭풍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최근 12개 항목에 걸친 질의서를 국내금융기관에 내보냈다. 외국계컨설팅 회사에 얼마를 주었는지가 주요 조사대상이다. 국세청은 이 자료와 외국계건설팅회사의 법인세ㆍ부가세 납부실적을 대조할 방침이다.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하는 방법은 두가지. 국내기업과 똑 같이 신고납부하는 방법과 국내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이든 국세청이 의지를 갖고 들여다 본다면 정확한 시장 규모는 물론 탈세 여부까지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의 조사 강도는 현재로선 말 그대로 시장 파악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떨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사에 용역자문을 의뢰하면서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장부를 대조하면 리베이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 국부와 정보가 새어 나간다 문제는 아무도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부가 새어나간다는 점에 있다. 컨설팅을 포함하는 사업서비스 수지는 이미 연간 33억달러에 달하는 적자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적자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본격 개방을 앞두고 있는 회계ㆍ교육ㆍ법률시장의 수지도 성격상 사업서비스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부문이 현실이 어떤지 알아볼 새도 없이 추가로 융단폭격을 맞아야 하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연실 재정ㆍ금융팀장은 "만성적인 적자구조가 된 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시장을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넌센스며 컨설팅 내용도 국내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외국사들이 수익은 물론 국가의 핵심정보까지 알게 됐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며 "정부도 외국회사에 대한 컨설팅 분위기를 앞장서 조장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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