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멋진 상생을 기대하며

올해도 사건사고는 여전했다. 언론이 추려낸 국내외 10대 뉴스를 보면 하나하나가 온 세상을 흔들 만큼 큰 뉴스였다. 한반도에 상존했던 대북 리스크가 현실화됐고 국회의원의 여의도 멱살잡이는 예년과 다름없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더욱 깊어졌다. 지구촌 경제위기는 언제 어디에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잠복해있고 환율, 원자재 값이 다시 요동칠 기세다. 올해도 여전히 그 분이 다녀갔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 동사무소에 11년째 익명으로 기부해온 그 분은 올 세밑에도 한푼 두푼 모은 돼지 저금통까지 포함해 3,584만900원의 거금을 조용히 전달하고 사라졌다. 전주에서 '얼굴 없는 천사'라고 알려진 그 분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모두 2억원에 달한다. 대기업이 관행대로 수십억~수백억의 연말 이웃돕기 성금을 쾌척했지만 그 분만큼 감동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11년째 '얼굴 없는 천사' 2010년 우리 사회의 대표적 화두 중의 하나가 상생이다. 모두가 더불어 함께 잘 살아보자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노와 사, 여당과 야당의 상생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더 주목을 끌었다. 대기업은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잘 나가고 있지만 이러한 대기업을 아래에서 받쳐주는 중소기업은 그 만큼의 혜택을 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대기업과 중기의 상생문제에 대한 해법은 단순하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원자재 값이나 인건비 상승분에 맞게 조정해 주고 제 때 맞춰 결제해주면 된다. 또 중소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조그만 파이의 업종에 엄청난 자금과 유통망을 가지고 침범하지 않으면 된다. 이를 위해 올해 대기업은 수백억~수천억의 상생협력 기금을 마련했다. 몇 년 전에 폐지했던 중소기업 영역을 지켜주는 고유업종제도도 부활됐다. 대기업과 은행은 미소금융을 활성화시켜 서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줄을 풀어 소규모 자영업에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다. 소외 계층의 일자리 창출의 위해 사회적 기업도 잇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움직임은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었다.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밀어붙인 결과의 산물이다.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들을 채근하면 어느 기업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아마 불가능한 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영국 신문에 경제토픽으로 보도됐던 '통큰치킨' 사태를 보자. 대형유통업체가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값싼 치킨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치킨가게를 운영해서 살아가는 수십만명의 생계다. 치킨가게 사장의 상당수는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나왔고 배달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아 근근이 살아가는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더 가당치 않은 일은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해당업체가 이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내년엔 자발적 상생을 자발적으로 우러나오지 않은 상생은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경제가 악화되고 정부의 힘이 무력해지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다시 '말로만 상생으로' 회귀할 수 있다.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대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일반적 상식도 불황 때는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 '나부터 살자'는 원칙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진석 추기경의 새해 메시지에 바로 내년 우리가 지향할 멋진 상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진정한 행복은 모든 이가 다 함께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이가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지혜와 슬기를 찾아야 합니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는 말처럼 사람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행복 하려면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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