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천용택 국정원장 경질

문책.생산적 정치분위기 조성 의지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3일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을 전격 경질한 것은 문책과 생산적 정치분위기 조성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千원장을 문책함으로써 정부와 당의 고위층에게 신중한 처신과 언행을 당부한 셈이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千원장이 누차 사의를 표했으나 이를 만류하던 金대통령이 22일 천원장이 또다시 사의를 강력히 표명해 수락했다』고 자의에 의한 사퇴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등 여권에서 고위공직자의 기강확립차원에서 千원장의 경질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문책인사로 보는게 일반적이다. 千원장은 金 대통령의 정치자금과 야당의원 미행이라는 미묘한 문제와 관련된 발언을 해 정치권에 불필요한 파장을 일으켰다. 金대통령이 고위공직자의 가벼운 입놀림으로 설화(舌禍)를 입은 사례는 또 있다.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으로 협조관계를 이끌어 오던 노정관계가 갈등국면으로 전환되고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 초래한 난국에서 아직도 해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발언으로 노출된 잘못된 관행을 고치게 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고위층의 경솔한 발언이 불필요한 오해를 확대재생산해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케 한 측면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金 대통령은 또 千원장의 경질을 통해 정쟁일변도의 정치를 새천년에는 생산적인 정치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金대통령은 내년 1월15일경 개각을 실시하겠다는 정치일정을 밝힌 바 있다. 개각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千원장을 경질한 것은 자질구래한 정치현안을 21세기까지 끌고가 분란을 연장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법무비서관의 구속과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로 옷로비사건과 파업유도사건은 수급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정치현안으로 남아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합당문제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쨋든 매듭지어졌다. 예산도 통과되고 각종 개혁입법도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千원장문제를 매듭지어 후련하게 새천년을 맞자는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또 千원장에 대한 경질을 요청한 야당측의 요구를 수용해줘 여권이 추진하는 연내 총재회담의 성사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들어 야당의 공격목표가 된 정치력있는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불명예 퇴진하는 결과를 빚어 여권의 정국운영능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자괴감도 여권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최창환기자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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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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