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들이 판촉행사에서 쌀을 `미끼상품'으로 내놓고 저가에 판매하자 농민단체들이 쌀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농민단체와 유통업체 등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들은지난 3월말부터 최근까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는 동안 쌀을 판촉용으로 저가에판매해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이할인점의 판촉행사에 대해 잇따라 비난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할인점의 쌀 판매가격때문이다.
할인점은 판촉행사에서 쌀 20㎏을 3만8천∼3만9천원선에 판매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런 가격은 원재료비와 보관료 등을 포함한 쌀 제조원가 4만1천원선보다 훨씬낮아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할인점들이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쌀을 판매하면서 왜곡된 쌀값이 산지 쌀가격 기준이 돼 전체 쌀값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농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농민단체들은 또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대형 할인점들이 쌀 구매 중단과 거래선변경 등을 내세우며 지역 농협과 민간 RPC를 압박, 생산원가 이하로 쌀을 공급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RPC들이 제조원가 이하로 쌀을 할인점에 계속 공급하면 적자누적에 따른경영악화로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가 불가능해져 국내 쌀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농민단체들은 지적했다.
손재범 한농연 정책실장은 "농가들이 시장개방 확대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겪고 있는데 할인점의 저가판매가 지속되면 농가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저가판매행위를 지속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불매운동 등으로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할인점들은 시장논리에 따라 적정한 가격으로 쌀을 매입했을 뿐 RPC를 압박한 적은 없다며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판매할 수 있는데도 고가에 판매한다면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쌀을 할인 판매하는 것은 일단 중단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적은 없다"며 "수입쌀 시판이 이뤄지면 국내산과 해외산쌀의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농민들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