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땅투기 의혹 李부총리 사실상 '재신임'

"교체시 경기회복세에 찬물 우려"<br>靑 "사의 표명 공식 접수 없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여론의 퇴진 압력을 받아온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해 사실상 `재신임'을 결정했다. 이 부총리로서는 지난해 7월 입각전 국민은행으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게 전관예우 시비를 낳았던 것을 시작으로 1가구 3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문제 등 참여정부의 `정체성'과 직결된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여권내 개혁그룹과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연말에 이어 3차례나 진퇴의 고비를 넘긴 셈이 됐다. 그간 열린우리당, 특히 386 운동권 출신 그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 부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유임 결정은 무엇보다 경제부총리 교체가 우리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우선적으로 감안한 정책적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1천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실물경제가 오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듯한 시점에서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를 바꿀 경우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도 "앞으로 여러 중요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총리가 물러나면 안된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 또한 이 부총리의 땅투기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후 관련 보고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지만, 이 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경제회복의 기미가 뚜렷한 현 시점에서 올해 국정운영 기조로 삼은 `경제 올인'의 의지를 새삼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부총리가 여권내 개혁그룹에 맞서 친기업.친시장적 이미지와 함께 실용주의노선을 상징해왔다는 점 또한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정이 있게 한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경제부총리 교체가 자칫 `실용 후퇴' 내지 `개혁 유턴'으로 비쳐지면서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작년말 이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있었고, 이를 노 대통령이 반려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고 나선 것도 이 부총리가 이끌어온 실용주의적 경제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 부총리가 최근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공식적인 접수는 없었다"며 일축했다. 물론 갖가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관행과 이 부총리에게서 결정적인 도덕적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청와대의 이번 결정에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5년전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보유중인 돈을 모두 모아서 땅을매입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오래전의 관행을 문제 삼는다면60∼70대 연령으로서 온전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부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들어 노 대통령이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언급했던 경제원칙들이 이 부총리의 평소 소신과 일치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맞물려 이 부총리가 여권 일부의 반대 논리에 맞서면서 소신껏 밀어붙여온이른바 시장친화적 정책들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오는 4월말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 개각 요인이 발생할 것이란 점을 감안해 청와대가 이 부총리 교체를 연기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있다. 회복기미가 뚜렷한 경지지표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자연스럽게 경제수장을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여달라"면서 "앞으로 이부총리가 떠맡고 가야할 중요한 정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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